함석헌 평화주의의 한 사상적 기원-H. G. 웰스의 세계국가론과 그 변용
An Ideological Origin of Ham Seok-heon’s Pacifist Thinking : H. G. Wells’ World State and its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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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논문은 함석헌 평화주의의 한 사상적 기원으로서 H. G. 웰스에 대한 그의 독서경험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타임머신』의 작가로 잘 알려진 웰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문화사대계(The Outline of History)』(1920)를 출간한다. 함석헌은 오산학교 재학 시절 이 책을 통해 웰스와 만난다. 이 독서경험은 역사에 대한 그의 관심, 멀게는 한국전쟁 이후 그가 자신의 기독교관을 수정하고 평화주의 사상을 세속화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웰스는 국제연맹과 같은 ‘자유주의적 평화기구’를 최소 기반으로 삼아 ‘사회주의적 세계국가’를 형성한다는 독특한 입장에서 수많은 정치적 저술을 남겼고, 그의 세계국가론은 1920년대 조선에서 ‘개조론’으로 수용되었다. 이 수용의 경로로서 주목되는 번역․매개의 주체가 사노 마나부로 대표되는 동경제대 신인회 그룹과 우키다 카즈타미로 대표되는 와세다의 문명론자들이다. 이 논문에서는 후자의 수용 경로에 주목하여, 인류적 연대를 위한 ‘내적 자질’의 계발을 통해 세계국가를 달성하고자 한 웰스의 진화론적 점진주의가 서북지역의 지식인들에게 상당히 친숙하게 읽힐 만한 것이었음을 강조하였다. 『세계문화사대계』는 세계주의 정신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고, 내셔널리즘과 현실주의 정치를 부차화하면서 문화 영역에서 인류적 통합을 예시하는 사적 관점을 제시했다. 이는 소수의 엘리트에 기대를 걸었던 웰스가 파리평화회의와 국제연맹에 실망하면서 자신의 세계국가 방법론을 크게 수정한 결과였다. 『세계문화사대계』는 식민지 지역도 세계국가의 일원으로 불러세우려는 시도의 일환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연맹이 전 지구적 공권력으로서 식민지 지역을 지도ㆍ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40여 년 뒤, 지구 반대편에서 함석헌은 한국전쟁과 유엔의 개입을 ‘하나 되는 세계’를 향한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계기로 웰스에 대한 독서경험을 복기하기 시작한 함석헌은, 점차 웰스의 세계국가론을 자신의 ‘씨ᄋᆞᆯ 사상’ 속에 녹여내고 재구성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화의 소질을 지녔다는 그의 생각은, 웰스의 위계적이고 진화론적인 점진주의의 틀을 벗어나 세계의 동시적인 혁명을 상상케 했다. 이 시기로선 때늦은 지식을 참조하고 또 재구성한 셈인데, 함석헌은 바로 그러한 시대착오 덕분에 개발연대 한국의 지성사에 독특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
Abstract
This paper highlights a significant literary influence on Ham Seok-heon, whose pacifist beliefs were further developed through his reading of H. G. Wells. Famous as the author of The Time Machine, Wells published The Outline of History after World War I. Ham Seok-heon immersed himself in this book while he was studying at Osan School. This experience reflected his interest in history, and influenced his change of view on Christianity and the secularization of his pacifist ideals following the Korean War. Wells left behind numerous political writings which reveal a unique stance on the creation of a ‘socialist world state’ based on a ‘liberal-international organization’ such as the League of Nations. In Joseon in the 1920s, his world state theory had accepted as a name of reconstructionism. The two groups that facilitated the translation and propagation of Wells’ thinking were the Shinjinkai(Tokyo Teikokudaigaku) group, whose most iconic figure was Sano Manabu, and Civilizationists of Waseda University, represented by Ukida Kazutami. This paper focuses on the latter, and emphasizes the fact that Wells’ evolutionary gradualism, through which he envisioned a world state coming about through the development of internal societal capacities for collective solidarity, resonated with the intellectuals of the northwestern region of Korea. The Outline of History was written in intention to popularize cosmopolitanism, with the aim of promoting diversity in the cultural realm while marginalizing nationalist politics and overcoming cynical realpolitik. Wells, who saw elites as the fulcrum of his ideal world state, modified his thinking in light of his disappointment with the Paris Peace Conference and the League of Nations. While The Outline of History was an attempt to include colonized countries in his conception of the world state, he still saw the League as an authority that was responsible for guiding and overseeing the development of the colonized. About 40 years later, on the other side of the world, Ham Seok-heon regarded the Korean War and U.N. intervention in it as a sign from God of “the world uniting as one.” He was thus drawn to Wells’ writings, and gradually adapted and reconfigured his ideas about the world state, in this way assimilating it into his own philosophy. In the belief that all humans are peaceful by nature, Ham dreamt of a worldwide revolution that would enable society to break free from the hierarchical, gradualist framework established by Wells. The writings of Wells hailed from a few decades previously, but it was Ham’s anachronistic reading of his work that allowed him to become a unique figure in Korea’s intellectual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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