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진보의 개념과 감각 -지하련을 중심으로-
Notion and Sense of Progress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Focusing on Ji Ha-Ryun’s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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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진보에 관한 소략한 개념사를 바탕으로 지하련의 소설에 나타난 해방기 진보의 감각을 고찰한다. 해방기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특정한 정치적 성향으로서의 진보 개념과 감각이 처음으로 뚜렷한 상을 그렸던 시기로, 진보적 리얼리즘과 혁명적 로맨티시즘이라는 비평담론이 이시기의 진보 개념을 대표한다. 지하련의 소설은 진보적 남성 지식인의 일제 말기와 해방기 행적을 단절이나 비약이 아닌 연속과 지속의 차원에서다룸으로써, 진보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감각되고 구현되었는지를 조명하는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지하련의 일제 말기 소설에서 동지관계로 등장하는 두 남성인물은 다른 한 명의 여성을 밝고 순수한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존경하거나 질투하는 호모소셜한 연대를구성한다. 그러나 지하련은 이들 남성 간 연대가 왜 상호 불신을 수반할수밖에 없는 비극적 역사의 산물인지를, 그리고 내면의 깊이를 가지지 않은 누이-스크린이라는 환상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폭로함으로써 진보적 남성 지식인의 호모소셜한 연대를 탈신비화한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읽는 <도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주인공 석재에게 해방기의 입당이 ‘두 번째’ 사건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첫 번째와는 ‘다른’ 방식의 결단과 투신에 대해 치열하게고민했어야 했지만, 그는 이러한 질문에는 괄호를 치고 단지 옳다고 상정되는 ‘당’의 이름으로 자신의 소시민성을 폭로하는 낯익은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만다. 이처럼 지하련은 우리문학사에서 개념화한 진보와 구별되는 인격화한진보의 한 양상을 묘파하면서 호모소셜한 남성 멤버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자율성과 민주주의적 감각을 폭로한다. 식민지 체제 하에서 처음으로형성된 우리의 현대적 사고 체험은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비판과 토론이아니라 ‘권력-생존’의 문제로 고착되었다는 비극적 상황이야말로 지하련소설의 남성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는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협소하고 폐색된 사고 체험의 장에서 민주주의적 감각을 기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개인의 자율에 기반을 두고 평등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진보는 이러한 민주주의와 별개로 사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지하련소설의 누이들이 꿈꾼 것은 다름 아닌 이러한 민주주의적 감각 또는 수행적 진보가 아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notion and sense of progress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by focusing on Ji Ha-Ryun’s case. Ji Ha-Ryun’s works are telling examples that portray the daily lives of seemingly progressive male characters before and after the liberation in terms of its consistency. In her short stories of the late colonial period, male characters who are characterized by their otherization of female character as pure and innocent tend to establish homosocial solidarity between them based on their mutual respect as well as jealousy. However, Ji Ha-Ryun demystifies the homosociality between the two men through revealing the fact that this solidarity, which is necessarily accompanied by mutual distrust and suspicion, is an inevitable consequence of our tragic history. She also deconstructs the hidden structure of male fantasy on naive and cheerful sister. In this sense, this paper aims to reexamine Ji Ha-Ryun’s representative text Dojung. Interestingly enough, Seok-jae, the hero of Dojung, decides to join the Communist Party ‘once again’ after the liberation. For him, it is the ‘second’ chance to devote himself to Communism because he ‘was’ a socialist during the colonial period. However, Seok-jae is described as timid and weak person who just repeats the same repertoire of self-criticising. In short, Ji Ha-Ryun’s works,depicting various aspects of ‘impersonated progress’ instead of dealing with ‘conceptualized progress’, shed a new light on the issue of performative progress based on the democratic sense in everyday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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