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學의 사유에 드러난 새로운 형이상학의 가능성 검토: 性理學과의 대비를 통해
A Vision for a New Metaphysics in the Thought of ‘Donghak (Eastern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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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형이상학이 요구되고 있다. 모든 존재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생태적 감각, 하늘과 인간의 상호성에 대해 자각하고, ‘사실과 가치’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요구된다. 자연과 여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공경하며 ‘품격 있는 소박함’의 삶의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동아시아의 사유를 다시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동아시아의 성리학과 동학을 이런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여 이 시대 필요한 지혜를 발견하고자 한다. 주희의 성리학은 아시아적 세계관의 공통적인 특징인 ‘유기체적 자연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질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유비를 바탕으로 그것을 인간의 도덕적・사회적 질서에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천리와 도덕적 본성이 객관적으로 실재한다는 것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사회의 도덕적 근거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주희 성리학의 특징은 리와 기를 통해 우주자연과 인간 심성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되, 리를 기보다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물의 존재 근거로서 천리, 리의 총화로서의 태극이 사물의 차원과는 달리 초월적이고 객관적으로 실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수양의 차원에서는 선악의 어디에도 흐를 수 있는 기에 반해 절대적 도덕실천의 준칙인 리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또한 인간 안에 본연지성으로 내재해 있고, 사물 속에 객관적으로 내재해 있는 리를 인간이 격물궁리와 주경정좌 공부를 통해 알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다는 인간의 주체적 능력의 확신을 통해 맹자의 성선설을 계승하고,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확보하려는 고심의 결과였다. 한편 주희의 사유체계는 천지자연을 살아있는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유기체로 파악하고, 우주를 관통하는 생명의 본성을 ‘인(仁)’으로 보면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연대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태공동체주의’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은 능동적으로 천지의 화육을 돕는 참여적 공진화의 주체로 자리매김 된다. 동학에서 우주는 본래 혼원한 하나의 지극한 기운[至氣]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기(氣)는 모든 만물을 생하게 하는 근원적 질료이자 만물을 생성 변화되게 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동학의 기 개념은 한 걸음 나아가 이 ‘기가 곧 영(靈)’이라고 한다. 기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적 실재이기도 하다는 점이 동학의 특징적인 것이다. 지기(至氣)가 곧 天主・하늘님이기도 하다는 것이 성리학과도 달라지고 기독교 신관과도 다른 점이다. 최제우는 시천주(侍天主: 모든 만유 안에 하늘님이 내재해 있다)의 사상을 통해서 모든 존재가, 심지어 무기물조차도 하늘의 영을 지니고 있고, 생명이 있다고 하였다. 우주의 실재는 보이지 않지만 원초적 생명과 영성을 가진 기운덩어리이며, 모든 것이 이 하늘의 기운에서 화해 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과 자연도 모두 하늘의 현현이다. 그 안에는 하늘의 영과 하늘 기운과 하늘 생명이 내재[內有神靈, 外有氣化, 各知不移]하고 있다. 최시형은 나아가서 천지 자체를 우리의 생명의 근원으로서 부모님, 즉 ‘천지부모’라고 한다. 천지는 단순한 물리적 자연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주적 생명, 모든 만물을 낳는 생명의 근원, 영적 활력과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유기적 생명일 뿐만 아니라 받들어 모셔야 할 ‘님’이라고 한다. 그는 또한 모든 만물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보고 그 속에서 신성함을 발견하고 공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늘님을 인격적 실체가 아니라 기(氣)라고 하는 실재, 그것도 영성과 생명을 이미 함유하고 있는 우주 기운, 우주 생명으로 볼 때, 서양의 초월신관과 동양의 범신론, 성리학의 이기론이 상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오늘날 종교간 갈등과 반목이 자기의 종교적 교리만이 절대적 진리라고 하는 배타적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볼 때 동학의 신관에 대한 폭넓은 관점은 이런 배타를 넘어 대화와 화합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형이상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Abstract
The world is presently in need of a new metaphysics that takes into accountan ecological vision that all existence is inter-related, and an awareness of theimportance of the spiritual dimension of human beings. A simpler, more dignifiedlifestyle is required wherein nature is no longer exploited and the weak and oppressedin society are respected and taken care of. East Asian thought may help us toreconstitute the necessary strategies for a more humane program in this regard. In this paper we explore the possibility of Zhu Xi's Neo-Confucianism and ‘Donghak(Eastern Learning)’ of providing us with the philosophical resources for that purpose. His Neo-Confucianism is characterized by an organismic naturalism commonto East Asian thought, which links the order inherent in nature with the orderapparent in human moral and social realms. It seeks to establish the basis for moralityon the belief in the existence of heavenly principle and of an inborn moral humannature. His philosophy explains the workings of nature and the human mind interms of li (principle) and qi (psycho-physical energy or matter), while forwardingthe ontological priority of li. Thus the transcendent and objective status of li thatis to be differentiated from material objects is ensured. Li acts as the norm formoral practice, and the fact that human beings possess li as human nature pointsto the possibility of autonomous human moral choice and action. His thought alsoencompasses the view that the cosmos is an organismic entity that "never ceases to produce life", and that the characteristic trait of the universe is ren or a life-givingbenevolence that gives rise to myriad things. Humans in this scheme are portrayedas a participant and steward in the life-giving processes of the universe. In Donghak, the universe is seen as being permeated by jigi or the utmost qi(energy-matter). Jigi is the original stuff from which all things come into existence,as well as the energy that gives rise to and transforms all things. In addition, anuminous spiritual quality is ascribed to the concept of qi in Donghak. Qi is notonly the origin of all life but also amounts to a spiritual presence for the followersof Donghak. In that jigi is in fact seen as being equivalent to the Lord of Heaven(Tianzhu), the theology of Donghak differs from both that of Zhu Xi's school ofNeo-Confucianism and that of Christianity. By expounding on the teaching of shicheonju (serving the Lord of Heaven thatis present in all existence) the founder of Donghak, Choi Jae-u, claimed that allthings in the universe, even inanimate matter, contained numinous spiritual qualitiesbestowed from on high. Although the reality of the universe is hidden to the senses,it is an agglomeration of qi characterized by primordial life and numinous spirituality. All things arise from transformations of this qi of heaven and human beings andnature represent its manifestations. In it, the spirit of heaven, the heavenly qi andheavenly life are inherently present (naeyu shillyeong). The second leader of Donghak,Choi Shi-hyeong, regarded heaven and earth as 'parents' who are the origin ofour life. According to this view, heaven and earth are not limited to just physicalnature but are a living organic entity full of spiritual vigour that gives birth tomyriad things. What is more, heaven and earth are to be cherished and servedas a precious being, the subject of ad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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