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가 희망을 말하는 방법
Gihyeongdo's Way to Say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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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에서는 기형도 시의 핵심적인 공간이자 모티프로 ‘사무실’과 ‘거리(길)’에 주목하여 기형도의 시적 욕망들과 실천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는 특히 ‘유리창’의 존재와 기능을 유의미하게 살폈다. 이를 통해 기형도가 문학적으로 찾아 헤맸던 ‘희망’이 어떻게 기억되고 시작되고 지속되는지 탐색할 수 있었다. 기형도 시에서 ‘길’과 ‘사무실’은 대조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 특유의 상징성을 획득하게 된 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길의 욕망’과 ‘사무실의 일상성’은 서로 대비될 때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얻는다. 사무실이 환기하는 반복적인 일상성, 그 익숙함이 문득, 한 존재에게 참을 수 없는 끔찍한 동일성의 지옥으로 드러나는 순간, 그 존재는 발작적인 울음을 터뜨리거나 내적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그 절망의 몸짓으로 희망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의 바깥, 다시 말해 일상의 바깥에는 ‘길 위를 떠도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적 욕망과 희망을 쫒아 오류를 거듭하면서 지칠 때까지 어디로든 계속해서 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기형도 시에서 이들은 일상의 진부한 행복과 결별하고 불안한 방랑의 발걸음을 지속하면서 ‘지칠 때까지 희망을 꿈꾸며’ 미학적인 삶을 살아내는 비극적 형상들이었다. 기형도의 희망은 도저한 부정성을 통하여 기억되고 지속된다. 그는 희망을 망각하지 않았기에 가장 깊이 절망할 수 있었고, 또한 가장 심각하게 절망함으로써 희망의 존재를 희미하게 환기시킬 수 있었다. 기형도 시에 남겨진 좌절과 실패의 흔적들은 희망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희망을 계속하게 하는 시적 계기들이었다.
Abstract
Gihyeongdo, one of the most despairing poets, persistently pursued hope. To him, the hope was not the antonym of despair. The reason that he utterly despaired was because he never forgot hope, and he awoke the existence of hope through the most serious despair. This paper gives attention to ‘window’ ‘office’ and ‘street’ as the most important scenes and poetic motifs in Gihyeongdo's works. In his poems, ‘street’ and ‘office’ are very special spaces which he gives his own symbolic meaning by highlighting the contrasting aspects of them. The desire on the street and the order in the office become the most powerful images when contrasted with each other. The office and the street, and the inside and the outside are penetrated through the window, and it is the most important poetic motif in terms of evoking his unique poetic desire and imagination. This paper observes Gihyeongdo's poetic desire and practice concentrating on ‘window’ ‘office’ and ‘street’, which are the core poetic spaces in his poems. As a result, this paper figures out Gihyeongdo's distinctive aesthetic quality of ‘hope’ that he earnestly quested in his literature. At the same time this paper claims that the scars of despair and failure in his poems are not the denial of the existence of hope but, paradoxically enough, his poetic motive to consistently seek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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