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이념’: 중산층 남성 성장서사의 무의식 : 김원일의 『노을』을 중심으로
Flesh and Ideology: The Unconscious of a Middle-class Man's Coming-of-Age Narrative : A Study of Kim Won-il’s Novel Evening G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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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을』을 빨갱이/백정 아버지를 둔 갑수의 이야기, 현재 중산층 가부장이 된 갑수의 성장 서사로서 살펴보았다. 근대 사회에서 중산층 남성이 된다는 것이 경제적 성실성과 사회적 규범에의 순응을 전제로 길들여지지 않으려 하는 자아의 일부를 깎아내고 배제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6.25 전후부터 중산층이 늘어난 70년대까지의 한국 사회에서 이는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반공/개발주의 국가 주도 하에 중산층이 사회안정세력으로 규정되면서, 새로운 중산층 남성상은 공적 영역에 복무하는 핵가족의 가부장성과 이념적 온건성 등을 필수요건으로 삼으며, 국가는 여기에서 벗어나는 모든 경향에 대해 강력한 징벌로 위협한다. 따라서 빨갱이/백정 아버지는 철저히 망각되고 침묵되어야 할 가족사적 기억인 동시에 갑수가 중산층 남성으로 성장하기 위해 배제해야 했던 ‘그림자 상’으로 의미화된다.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무법자, 국가의 반역자인 아버지를 둔 갑수에게는 젊은이들이 겪는 보편적 성장의 계기들- ‘대항하고 타협해야 할 완전한 기성세대로서의 아버지’가 부재한다. 대신 그러한 아버지의 부정적 반대상을 통해 체제를 위반할 경우 겪게 될 공포를 추체험하며 그 공포로써 스스로를 훈육해 길들여야 했던 손상된 성장을 겪는다. ‘백정’과 ‘빨갱이’로 상징되는 ‘살’과 ‘이념’에 대한 욕망과 자유를 반납한 채 성장한 갑수는 자발적으로 소시민이 되지만 그것은 완전히 길들여지거나 억압될 수 없으며 악몽을 통해 반복적으로 귀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귀향한 갑수가 (할)아버지가 빨갱이였다는 사실을 아들에게 고백하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의 결손을 사후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주체적 시도이지만, 아버지가 백정이었다는 것만은 끝내 말하지 못한다는 데서 그의 시도가 아직 불완전한 것임이 드러난다. 『노을』은 이런 의미에서 분단과 개발이라는 국가 담론이 지배하는 70년대, ‘갑수’로 표상된 한국 중산층 남성의 성장 서사에 깔린 무의식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Abstract
This paper reads Kim Won-il's Evening Glow as a coming-of-age novel which narrates the life story of Kap-su, a Korean middle-class man and family father in the 1970s, though he, the first-person narrator of the novel, primarily describes his late father who was a much despised poor butcher and died as communist partisan fighter shortly before the Korean War. The thesis of this paper is that the specific characteristics of Kap-su's growth as a man with “petite bourgoisie”-identity lie above all in his particular relationship to his father, Kim Sam-jo. Whereas a typical Bildungsroman is characterized by father figure as disciplinary power instance to impose ascetic and rational reality principle on his rebellious son, Kap-su has no such disciplinary father and sees his subversive and dangerous self already realized in his own father. This terrifies him and drives him to adapt himself as soon as possible to the social order and to feel himself already responsible for his family at his 14 years of age. Behind his great fears of his father or the other side of his own self stands the oppressive anticommunist South Korean state. His premature growth of Kap-su is not a “coming-of-age” in proper sense and does not happen without a cost: a damaged ego which is not really grown up. He attempts to recover this deficit when visiting his home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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