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속재량’의 법리에 대한 재고(再考)
Reconsideration of the Legal Principle of ‘Restricted Discre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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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고전적 권력분립론에 따르면 ‘재량’은 사법권(司法權)과 구별되는 행정의 고유한 영역으로 이해되었으며, 법원의 재판통제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재량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이론적 시도가 바로 기속재량과 자유재량의 이분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기초로 재량에 대한 법적 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점차 그 동력을 잃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법원은 현재까지도 독일 바이마르 시대의 기속재량의 관념을 견지하고 있고, 이는 독일의 Kriele가 말하는 이른바 ‘추정적 구속력’을 갖는 판례법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구체적 사건에서 그 개념 및 근거와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해석을 통해 기속재량행위를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법적 성질과 적용 범위에 있어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기속행위의 성질을 갖는 허가나 등록에서 그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라도 관계 법령상의 제한 이외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허가나 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행정영역에서 법률에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고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행정에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반대로 공익(公益)이라는 미명하에 임의적으로 이루어진 행정을 용인함으로써 헌법상 요구되는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크다. 비록 ‘공익’이 행정의 존재근거이자 궁극적 목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공익 개념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속성을 지니며, 다양한 가치를 함의하고 있는 까닭에 시대와 판단 주체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속재량의 법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행정법규의 문언을 넘는 해석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입법이나 사정판결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법치행정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Abstract
In the past, an act of discretion by an administrative agency was perceived to be within an inherent realm of public administration and was excluded from judicial control of a court. A theory of restricted discretion emerged in the Weimar era of Germany, which reduces the scope of administrative discretion not subject to judicial review. Practical benefit of recognizing the theory of restricted discretion decreased significantly since a discretionary act of an administrative agency nowadays may be subjected to judicial review. However, the Supreme Court still holds onto the theory of restricted discretion in a substantial number of decisions. The problem is that the Supreme Court very broadly recognizes acts of restricted discretion in specific cases through judicial interpretation, without clarifying the concept and the ground of restricted discretion, or the basis of the judgement, and is inconsistent in its legal nature and the scope of the application. According to precedents, even if all the requirements for administrative permission have been met, an administrative agency may still refuse approval on the grounds that such refusal is necessary for important public interests. Such legal grounds must certainly be reconsidered, since basic rights of citizens may be restricted without explicitly prescribed regulations, and a risk arises that arbitrary administration may result therefrom. An idea of public interests, being intrinsically vague and abstract, may have multiple interpretations. Therefore, if public interests are to be achieved via the theory of restricted discretion, it should be achieved not through judicial interpretations, but by legislation and other measures, as such measures will comply with the principle of public administration based on the rule of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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