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상의 조선시대상 -조선전기를 중심으로
Imagining the Chosŏn Period and the Construction of “Korean History(kuk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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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현재의 ‘한국사’ 혹은 ‘국사’의 체계 속에서, 조선전기라는 시기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세’에서 ‘근대’를 향해 발전하는 도상에 있는 ‘근세’로 설정되고 있는 이 시기는 세종대를 중심으로 하여 ‘한국사’ 상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발전’이 출현했던 시기로 이해되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과 ‘변화’들은 현재까지도 서구와 일본을 통해 근대적 문물이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근대 한국의 근대성이 발원되고 있던 고유한 기원으로 인식되어지고 있으며, 근대 국민국가인 대한민국의 원형과 같은 이미지로 이해되면서, 근대 국민국가 창출과 유지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시각과 이를 통해 파악되고 재현된 조선전기의 역사상은, 당대의 맥락 속에서 조선전기의 역사를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사실 서구 혹은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근대성을 보편적 기준으로 삼아 그와 비슷한 것을 ‘한국사’ 속에 설정하려는 근대 국민국가의 시선과 기획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논문은 해방 이후 자신의 근대성의 기원을 그 고유한 전통 속에서 찾아내려 했던 노력 속에서 만들어진 ‘한국사’ 상의 조선시대상(朝鮮時代像), 즉 비합리적인 것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귀족제적인 것에서 관료제적인 것으로, 미신적인 것에서 경험적 지식으로, 전제적인 정치에서 민본적인 정치로, 중국적인 것에서 조선적인 것으로의 ‘변화’ 혹은 ‘발전’으로 규정되어 온 이 시기의 역사상이 매우 통국가적(transnational)으로 구성된 것임을 밝히려는 시도이다. 이 시기의 역사상이 한국 근대성의 고유한 기원임을 주장해 온 ‘한국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는 서구로부터 발원하여 일본을 통해 전해진 근대성을 보편적 기준으로 해서 마련된 근대 국민국가 기획의 구성물이었으며, 때문에 그러한 기획과 그 결과물 속에 ‘한국사학’이 저항의 대상으로 삼았던 제국주의의 논리와 영향이 내면화되어 있다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 상의 조선시대상, 특히 조선전기라는 시대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중세’보다 ‘근대’에 더욱 가깝게 접근한 ‘근세’로 파악되었는가를 살펴보고, 그러한 위치에 맞는 역사상을 구성하기 위해 ‘한국사학’이 그간 강조해 온 주요한 개념과 주장들, 즉 ‘양반관료국가’, ‘중인’, 세종대 ‘과학기술 및 문화의 발전’, ‘사대’와 ‘교린’ 등을 학설사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사’라는 체계가 어떠한 논리에 입각해서 어떠한 세부적인 연구영역에서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축적하면서, 조선시대와 관련된 현재의 역사상과 연구지형을 만들었는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그 ‘가까운 기원’을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Abstract
Up until this point, the early Chosŏn period has taken on a significant position in the historical framework of linear development found in the “Korean history(Han’guksa)” or “National History of Korea(kuksa)” established in modern Korean historiography. In general, the Chosŏn period has been viewed in Korean history as a period full of unprecedented development and change, which enabled Korean historians to define this period as a early modern one that marks the evolution in Korean history from the feudal (chungse) period to the modern period(kŭndae). These developments and changes, which were thought to be clearly evident when using this view of history, were believed to be the unique origins of the Korean nation whose modernity had originated from even before the introduction of Western modernity that took place during Japanese colonization. This view of history enabled Korean people to imagine the early Choson Dynasty as a prototype of the modern Korean nation-state that contributed to the nation-building process of Korea. This research demythologizes the still dominant nationalist arguments about the early Chosŏn period found in modern Korean historiography(as outlined above)-efforts made to territorialize the modernity of the Korean nation by setting the origin of Korean modernity in the “unique” traditions of the premodern era. Through revealing the implications of these arguments about the early Chosŏn period―which were thought to signify such evolution steps in Korean history as the transformations from the irrational to the rational, from aristocracy to bureaucracy, from mystical knowledge to empirical science, from despotic monarchy to people-oriented politics, and from Sinocentrism to unique Koreanness―this research argues that what modern Korean historiography has highlighted as sprouts of early Korean modernity that emerged from Korea’s own soil, is in fact the modern invention of Korean historiography which has been modeled after the historical models found in Western and Japanese histor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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