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따니의 교환양식론과 맑스의 유물론적 역사관
Karatani’s Theory of Modes of Exchange and Marx’s Materialist Conception of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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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일본의 저명한 사상가인 카라따니 코오진의 교환양식론은 그 창의성과 실천적 함의에서 독보적인 업적으로서, 필자는 맑스 사상과 관련지어 이를 고찰한 바 있다. 후속편인 이 글은 그에 대한 몇 가지 비판적 논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카라따니의 핵심적 주장은 맑스의 유물론적 역사관에서 상하부구조론은 ‘생산양식=경제적 토대’라는 협소한 개념에 의지함으로써 몇 가지 난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맑스의 결정적 오류는 국가와 네이션을 상부구조로 설정해 능동적 주체성을 간과했고, 그래서 자본주의의 토대가 변혁되면 국가와 네이션의 상부구조가 폐기되리라는 잘못된 전망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와 네이션은 자본주의와는 뿌리가 다른 기초적 교환양식들로서 그것들 역시 경제적 토대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맑스의 유물론에서 토대와 상부구조의 비유가 과연 ‘능동적 주체성’과 피동성의 관계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맑스의 이론은 그간 지적되어왔다시피 합당한 국가론이나 정치론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맑스의 주장이 국가와 네이션의 능동적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경제적 토대가 국가와 네이션의 특정한 ‘성격’ 내지 ‘형태’를 형성하고 규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라따니의 주장은 근대 국가형태와 네이션이 자본주의로부터 독립적인 경제적 토대로서 후자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는 과거에 소련 등지에서 자본주의 경제가 폐기되었음에도 국가와 네이션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자본주의를 일국 단위가 아니라 세계경제에서 보아야 한다는 그 자신의 주장과도 모순된다. 정작 여기서 그는 상하부구조를 일국 단위의 사회구성체 내부에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세계경제에서 보게 되면 근대 세계사에서 자본주의 경제가 폐기된 적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카라따니는 역사를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본 유물론적 역사관은 누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가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맑스 코뮤니즘 사상은 ‘자유’의 차원보다 ‘평등’의 차원을 한층 중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그는 맑스가 태고의 ‘원시공산제’가 자본주의사회에서 고차원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미래의 공산주의 사회로 상정함으로써 원시 공동체 사회가 갖는 평등의 차원을 한층 중시하게 되었다고 뒷받침한다. 하지만, 카라따니가 보는 생산양식론은 과도한 단순화의 혐의가 짙다. 사실 맑스의 생산양식론은 생산을 특정한 사회적 관계에 위치지움으로써 단지 누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가의 관점에서만 보지는 말자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시공동체 사회의 존재 여부가 맑스 코뮤니즘 사상의 유기적 부분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카라따니는 자신의 체계적 역사이론을 맑스의 유물사관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점에서 보편적 역사철학으로 회귀하고 있다.
Abstract
This paper attempts to criticise Kojin Karatani’s theory of modes of exchange by relating it to K. Marx’s materialist conceptions of history. Karatani claims that there is a close tripartite interconnection among such different modes of exchange as capitalism, nation, and state in today’s world, and he emphasizes that nation and state should be understood as part of economic basis. Karatani’s theory of modes of exchange appears to be a critical alternative to Marx’s materialist theory of history in this respect, however, he fails to get the full grasp of the concept of Marx’s economic basis, materialism, thereby leading to a serious misunderstanding of his materialist conception of history. Though Karatani insists that his approach is non-teleological, his grand schema clearly represents a return to a speculative philosophy of history. He ignores that Marx’s materialist view of history has features of ‘anti-philosophy’ as well as ‘anti-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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