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륭 소설에 드러난 신화적 상상력과 여성- 「뙤약볕」 연작(민음사, 1971)을 중심으로
The Gendered Dimension of Mythological Imagination in Park Sang-ryung’s The Scorching Sun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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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논문은 박상륭의 초기 작품인 「뙤약볕」 연작을 상세히 독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세 편의 연작을 따라 읽으며, 각 연작의 신화적 의미를 각각 ‘신(神)’과 ‘말’, ‘법(法)’과 ‘불법(不法)’, ‘신생’과 ‘비윤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최종적으로 이 논리로 수렴되지 않는 의미교란적 요소가 있음을 여성 등장인물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세 연작을 통합하는 핵심적인 의미소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신의 말이 사라지고 법의 지배를 거쳐 자정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인간의 말이 탄생한다.’ 이 과정은 새 당굴과 족장(「뙤약볕1」), 바람쇠(「뙤약볕2」)와 점쇠(뙤약볕3」)로 이어지는 남성의 계보를 통해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교환의 단위 혹은 재화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것처럼 보인다. 「뙤약볕」 연작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미친 여자’이거나(「뙤약볕 1」), 이 남자에게서 저 남자로 이전되는 소유의 대상이거나(「뙤약볕 2」), 타락 끝에 오빠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윤리적인 인물(「뙤약볕 3」)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각 연작에 등장하는 여성을 단순한 교환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 이들은 남성들이 정의한 교환의 체계 바깥에 놓이거나(「뙤약볕1」의 옌네), 남성들의 개체로서의 보존을 무효화함으로써 법의 계수를 무력화하거나(「뙤약볕2」의 섬순), 남성들의 새로운 삶이 영위되는 터전이 됨으로써 교환의 체계를 정지시키기 때문이다(「뙤약볕3」의 누이). 이들은 남성중심적인 신화적 서사를 교란하거나 횡단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의 탄생이라는 이 연작의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의미화하게 만든다. 신과 법, 즉 신 없는 시대의 ‘말’과 불법이 만연한 시대의 ‘법’, 나아가 ‘자정의 시대’의 새로운 의미론을 탐색하는 이 소설에서, 모든 분할과 분절을 가로지르는 존재는 그리고 이 횡단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도입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여성’이다.
Abstract
A new language of humankind is born at midnight, when the language of god disappears and the land is governed by law. In Park Sang-ryung’s The Scorching Sun series, this law is under the purview of men. The male leaders exercise authority, and women seem to have no agency. The females in the series are merely “insane women” (The Scorching Sun 1), possessions transferred from one man to another (The Scorching Sun 2), or an immoral character who is killed by her brother after committing acts of decadence (The Scorching Sun 3). Even though the series is based on mythemes and is not a fully accurate representation of reality, the gender disparities displayed in the novels are sufficient to cause feelings of discomfort. There is, however, a complication, as in each story, women have more significance than mere possessions to be traded. They are placed outside the exchange system established by men (in the case of Yenne), negate the impact of law by nullifying men as entities of preservation (in the case of Seomsun), and bring the existing exchange system to a halt by laying the foundation for men to earn a livelihood (in the case of Nui). The series explores language in a godless era and law in a world of chaos, as well as the meaning of the age of midnight. Against this backdrop, women are depicted as the only agents who can establish new meaning by transcending division and detachment. Ultimately, because of their exclusion from a place of pre-eminence in legal systems and the language of authority, they are endowed with the capacity to create a new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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