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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鄭歚, 1676-1759)의 화가적 정체성과 예술 전략

Jeong Seon (1676-1759): The Painter’s Identity and Artistic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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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미술

초록

정선(鄭歚, 1676-1759)은 화가로서 자신의 삶과 그림에 관해 그 어떠한 글도 우리에게 남기지 않았다. 그 결과 선행 연구에서 화가로서 정선의 삶은 그와 교류하였던 인물들의 언급에 의하여 설명되었다. 또한 그들의 사상(思想), 취향(趣向), 당색(黨色)에 의하여 정선의 작품은 해석되었다. 본고는 무언(無言)의 화가인 정선의 관점에서 그의 회화와 예술 세계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 시도이다. 본인의 작품과 화가로서의 삶에 관해 어떠한 글도 남기지 않은 정선이 자신의 예술 세계에 관하여 우리에게 남겨준 유일한 단서는 그의 ‘작품’이다. 정선은 작화(作畵) 초년기에 금강산도(金剛山圖)를 제작할 때에는 자신의 자기 표현적 의지보다 주문자의 필요에 중점을 둔 재현 방식을 사용하였다. 정선은 그림 속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문자의 여행 과정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시각적 장치들을 고안해냈다. 이러한 작화 태도는 1740년경 양천(陽川)의 현령(縣令)에 부임한 후 변화되었다. 이 시기에 제작된 정선의 서울 지역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에는 정선의 거처가 자주 그려졌으며 관직 생활을 수행하는 관료(官僚)이자 한양에 거주하는 사대부(士大夫)의 모습으로 그는 본인을 표상하였다. 이러한 자화상적인 그림들을 통하여 정선은 당대 문예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제고(提高)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정선의 화가로서의 정체성은 통시적(通時的)으로 변화하였지만 공시적(共時的)으로도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노년기의 정선은 높아진 그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간결한 필치의 수응화(酬應畵)를 다수 제작하였다. 한편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와 같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득의작(得意作)을 통하여 자신의 그림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즉 정선은 예술계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위하여 사회경제적인 조건에 따라 그림의 주제, 화풍, 크기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며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러한 조형적인 요소의 변화는 정선이 적극적으로 구사한 ‘예술 전략(artistic strategy)’이었다. 이를 통하여 화가로서 정선은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기민하게 변화시켜 당대 예술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즉 정선은 예술계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매 순간 주체적으로 선택을 하며 살았던 능동적인 화가였다.

Abstract

Jeong Seon (1676-1759) left behind no record on his painting and life as a painter at all. As a result, previous studies reconstructed his life based on what his friends or acquaintances said of him. But according to their personal tastes and political orientations, the life and art of Jeong Seon were interpreted differently. This paper explores his silent life and art from his perspective by examining the only clue that we have, his paintings. In the earlier period, Jeong Seon’s paintings of the Diamond Mountains did not reveal his self-expressive desire but met his patrons’ needs. In these paintings, he invented a new visual expression conveying vivid travel experiences to his commissioners. After Jeong Seon became the county magistrate of Yangcheon in 1740, however, he painted himself and his self-experiences in his paintings. His topographical landscape paintings begun to include his self-portrait, house, and office. By representing himself as a scholar-official, Jeong Seon seemed to promote his social status in the Joseon art world. While continuing to produce a number of commissioned or occasional paintings in a simple and abstract style at the end of his life, Jeong Seon attempted to create even more demands for his paintings by making novel styles of landscapes such as Inwang jesaek do (Clearing after Rain on Mount Inwang). Throughout his life, he continually switched the artistic identities both synchronically and diachronically, and varied the subjects, styles, and sizes of his paintings depending on his socio-economic situation. It was therefore Jeong Seon’s artistic strategy that contributed to his great success in Joseon’s artistic 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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