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이면: 정선과 이병연의 관계 재검토
The Reality of Friendship: A Critical Examination of the Relationship between Jeong Seon and Yi Bye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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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18세기의 대표적인 화가 정선(鄭歚, 1676-1759)과 시인 이병연(李秉淵, 1671-1751)은 그동안 학계와 대중들 사이에서 아름답고 순수한 ‘우정(友情)’을 나눴던 관계로 여겨져 왔다. 또한 그들의 시와 그림은 우정의 산물로 해석되었다.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인왕제색도>는 이병연의 죽음과 연결될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이병연을 잃은 정선의 슬픔이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유명한 화가와 시인이 나눈 우정의 서사(敍事)는 실제 작품의 분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정선과 이병연은 실제로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우정을 나눈 관계였을까? 아름답게 표상되는 우정의 이면에서 정선과 이병연은 실질적으로 어떠한 관계였을까?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우정이 ‘양면성’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하여 정선과 이병연이 유지했던 우정의 이면을 검토하고자 한 시도이다. 이를 위하여 필자는 이병연이 정선을 위하여 수행하였던 역할을 홍보, 중개, 합작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병연은 정선의 작화(作畵) 초기에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그의 작품을 당대 최고의 시인과 서화 비평가들에게 홍보하였다. 아울러 이병연은 자신의 폭넓은 인적 관계망을 활용하여 정선의 작품 주문 및 판매를 중개하였다. 또한 이병연은 정선과의 시화합작(詩畵合作)을 자주 하였다. 이러한 시화합작은 이병연의 시와 정선의 그림이 하나의 화첩으로 장황(裝潢)된 시화합벽(詩畵合壁)에 대한 당대인들의 수요를 창출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말년까지도 정선과 이병연은 수많은 아회(雅會)에 초청되어 그림과 시를 요청받을 수 있었다. 즉 정선과 이병연은 표면적으로 아름답게 표상되는 우정의 이면에서 실질적으로 함께 예술적 성취를 이루며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였다. 이와 같이 우정은 친구를 타인과 다르게 대하는 ‘배타성(排他性)’을 특징으로 한다. 정선과 이병연의 관계 역시 낭만적인 우정의 신화에서 벗어나 우정의 이면에서 이루어지는 배타적인 행위들이 검토되어야만 그들 관계의 실상과 예술 세계의 복합적 면모가 비로소 잘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Abstract
The beautiful and pure ‘friendship’ between the eminent painter Jeong Seon (1676-1759) and the renowned poet Yi Byeongyeon (1671-1751) has captivated both scholars and the general public. This perception is notably exemplified in the scholarly interpretation of Jeong Seon’s Clearing after Rain on Mount Inwang (Inwang jesaek do). Although the direct connection between Clearing after Rain on Mount Inwang and Yi Byeongyeon’s passing remains uncertain, this painting is often regarded as an expression of Jeong Seon’s grief over his friend’s death. This case demonstrates how idealized notions of their friendship can significantly hinder the scholarly analysis of their works. This paper aims to uncover the true nature of their relationship, concealed beneath the idealized concept of friendship. It explores the various roles played by Yi Byeongyeon in supporting Jeong Seon. Yi Byeongyeon not only promoted Jeong Seon’s early, lesser-known works among influential poets and art critics but also effectively utilized his extensive personal network to facilitate the commissions and sales of Jeong Seon’s paintings. Their frequent collaborations to create combined albums of poems and paintings generated substantial demand among their contemporaries. This exclusive partnership between the poet and the painter contributed to their artistic and economic success, serving as motivation for the continuation of their friendship. This research concludes that only by examining these exclusive interactions between them beneath the idealized myth of friendship, we can reveal the genuine nature of their relationship and the multifaceted dimensions of their artistic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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