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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에서‘괴기’로, 식민지 대중문화와 환멸의 모더니티

Conceptual Movement from‘ Gi’goe’to‘ Goegi’: Mass Culture and Disillusionment with Modernity in Coloni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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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역사학

초록

오늘날‘괴기’는 야만성, 미개성, 전근대 사회의 마술성과 미성숙성을 표상하는 어휘이다. 그러나 정작 중세 한국에서‘괴기’와‘기괴’는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말이 아니었다. 중세의‘기괴/괴기’는 종종 빼어난 문장과 산수를 경탄하는 수사로활용되었고,‘괴기’와 동일한 한자로 구성된‘기괴’는 1920년대 중반까지 미디어에서 오히려 합리성을 증식시키기 위한 반어적 수사로서 계몽의 언설에 동원되곤 했다.‘괴기’가 공포와 잔혹성, 신비를 표상하는 취미 기호가 된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였다. 식민지 시기‘괴기’의 취미는 주술적인 관습의 잔재에 의거하거나 혹은억압되어 있던 자기 안의 타자성을 인식하고 내부의 잔인성과 야만성의 귀환을 직시하게 되는 자발적이고 경험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괴기’의 취미는 소비적 대중문화의 발전, 지식인의 관심을 정치에서부터 이탈시키려는 식민 제국의 의도, 계몽의 좌절로 인한 나르시시즘적 상처, 국경 너머의 타자에 대한 관음증적시선과 앎에 대한 욕망 등의 복합 속에서 탄생했다. 에로-그로 문화와 그로테스크개념의 유입 및 울트라 모던의 유흥적 기호 등의 외부적 요소와 계몽의 실패에 대한뿌리 깊은 절망, 그로부터 발생하는 모던에 대한 양가적 환멸과 자학적 냉소주의가잔혹성과 공포, 마술적 신비를 표상하는‘괴기’의 새로운 취미 기호가 성장하는 저변을 형성한 것이다.‘모던’으로 표상되는 식민지 중기 대중문화의 유흥적인 기호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성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괴기’는 종종‘괴담’이라는 기표와결합하여 오히려 전근대적 전설과 미개의 시대를 표상한다. 근대의 산물인 취미 기호가 그 태생을 은폐하고 자신의 부정적인 성격을 전근대의 그것으로 전도시키는 현상은, 내부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타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근대의 자기 운동 방식을 확인해 준다.

Abstract

‘Goegi’is a Korean word which is usually translated into the English word‘grotesque’. The word was composed of two similar Chinese characters ‘Goe(怪)’and ‘gi (奇)’, which indicated abnormality, in general. In the pre-moderntimes,‘Goegi ’or ‘Gi’goe’was not only used to indicate immoral subjects, butalso to praise marvelous creatures in nature, as well as particularly great worksof the literati. In the 1920s, the enlightenment movement made use of the wordas part of an ironic rhetoric when it needed to criticize the colonial governmentand its officers. In this case, the words ‘Goegi’and ‘Gi’goe’were used to raisethe rationality of society. However, in the early 1930s, Goegi became a sign of aspecific interest when it was adapted as a translation of the English word‘grotesque’. The word grotesque was imported in the early 1930s as part of amass-media catchphrase, which can be translated as “Ero-Gro-Nonsense,”which also set a major trend in Japan, at the same time. The catchphrase wassupported by both the imperial government and the mass media. Wanting toturn the intellectuals’attention into non-political taste, the government’s strategywas matched by the interest of the mass media. Becoming the translation of theword grotesque,‘ Goegi’came to define the taste for horror and ugliness, for thefirst time. The rise of this new taste was the result of diverse political factors,such as the development of mass culture, the strategy of the colonialgovernment, the traumatic despair of intellectuals due to the failure of theenlightenment, the desire for knowledge of others in foreign lands, and so f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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