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殘骸)의 목격 —최정희의 『人間史』론
A Witness to Debris: Choi Jung-hee’s Inga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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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최정희의 『인간사』가 1930년대부터 4.19까지의 긴 현대사를 결산하는 양상에 주목하고, 이 작품에 나타난 작가 특유의 신랄한 어조와 염세주의적 세계인식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사』를 1960년대 문제작으로 재평가한 것이다. 『인간사』는 연재 시작부터 단행본 출간까지 4년이나 소요되는 바람에 애초의 시의성과 문제성이 망실된 드문 사례이다. 1930년대 ‘동경 시절’의 기억에 이후 삶을 저당 잡힌 주인공 강문오는 작가 최정희의 성(性)이 다른 페르소나로서, 『인간사』에서 그는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삼팔선을) 넘어 와도 죽고 넘어 가도 죽는’ 인간 군상의 참상을 목격하는 동시에, 실존 인물 임화-이귀례를 본뜬 인물 허윤-마채희에게 평생토록 휘둘리는 나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전향한 강문오와 친일 인사 오경배를 주동 인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사』를 친일 반공 서사라는 해석의 자장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최정희가 ‘떠난 지하련’이 아니라 ‘남은 이귀례’를 인간사 설계의 비어 있는 중심에 배치한 사정과 깊이 연관된다. 『인간사』의 서사는 강문오의 ‘목격자 되기’와 ‘마채희 찾기’라는 두 개의 서사를 중첩시키면서 진행되는데,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멀고 가까운 이들이 ‘만판 잘들 죽어나가는’ 현실을 목격해 온 문오가 가장 마지막으로 마주친 것이 채희의 잔해(殘骸)라는 사실은, 동경 시절 청춘의 생기와 진정성 모두를 상실한 “싱거운 찌꺼기”들의 나라를 바로 대한민국과 동일시하려는 작가의 속내를 반영한다. 4.19 혁명마저 목격자의 죽음을 야기한 또 하나의 국가 폭력 현장으로 의미화함으로써 최정희는 최인훈, 김수영과 더불어 가장 1960년대적인 어떤 정신을 구현한 작가로 새로이 문학사에 기입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draw out unique characteristics of Ingansa(1964) that deals with the author Choi Jung-hee’s personal history and modern Korean history in general, by analysing both the author’s sharp tone and pessimistic point of view. Although Ingansa(1964) is a problematic text suggesting several polemical issues at the time, it has been long forgotten primarily because it took four years from the beginning of the series to its ending. Kang Moon-Oh, the protagonist of Ingansa is depicted as a weak person who has been entrapped by the memories of ‘Tokyo times.’ Kang in Ingansa also plays a crucial role as a witness to the horrors of Korean war that caused deaths of numerous people. Most importantly, what enables us to reread Ingansa beyond the hermeneutic paradigm of pro-Japanese and anti-communist narrative is the mysteriousness of the female character Ma Chae-hee and her crucial but invisible role in this text. Ma appearing as ‘debris of Ma’ at the end is a symbolic character who reminds us of the author’s intention, the intention to relegate South Korea to the ‘debris of Tokyo times.’ In conclusion, this paper will situate Choi’s unique literary achievement within a rich context of the 1960s’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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