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법철학에서의 범죄와 형벌의 근거
Begründung des Verbrechens und der Strafe bei Hegel
남기호
초록
이 글은 헤겔에서의 범죄와 형벌의 근거를 그의 여러 법철학 텍스트들을 통해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 글은 주로 헤겔 법철학의 첫 단계인 추상법 장을 기초로 하여 범죄의 발생과 그 지양으로서의 형벌을 분석한다. 헤겔이 정의하는 법은 근본적으로 자유의지의 현존이다. 범죄는 자유로운 의지의 현존을 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그리고 이와 함께 법을 법으로서 침해하는 폭력으로서의 최초의 강제이다. 범죄자는 이 최초의 강제를 이성적으로 사유하는 자유로운 자로서 행한다. 그는 자신의 개별의지를 자신에 대해 이성적으로 보편화해 외적으로 실현한다. 범죄가 범죄인 것은 그의 보편화가 사실상 모두에게 참된 것이 아니며 현실 속에 적극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부정적인 것이라는 데에 있다. 형벌은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이 최초의 강제를 지양하기 위해 실행되는 제 2의 강제이다. 형벌은 범죄자의 의지를 존중하고 그 자신에게서 실현시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형벌은 한편으로 범죄자의 자유의지의 실재적 현존으로서의 추상법의 실현이다. 범죄자의 추상법의 실현은 추상법의 강제법으로서의 성격을 나타낸다. 그러나 강제법의 실재적인 존립은 다른 한편으로 법철학의 사회와 국가 단계에서야 비로소 궁극적으로 근거가 마련된다. 형벌은 헤겔에 따르면 복수가 아니라 범죄에 대한 등가적인 원리에 따라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응보론은 형법의 철학적 원리로서 제시된 것이지 구체적인 형법 지침으로서 논의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헤겔은 살인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등가 원리의 직접적인 적용 즉 사형을 주장한다. 그럼에도 그는 점차적으로 민족의 교양과 사회적 안정성의 발전에 따라 완화되는 형량 규정이 사형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암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