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정신현상학』에 나타난 사물과 사태의 구분
The Distinction between the Thing and the Matter-in-hand (die Sache) in Hegel's Phenomenology of Spirit
김옥경
초록
헤겔 철학의 중심적 특징을 보여주는 이론과 실천의 문제는 『정신현상학』에서 사물 (das Ding)과 사태 (die Sache)의 본질적 구분을 통해 접근될 수 있다. 간략히 언급하면 ‘사물’은 우리 인식주관 밖에 주어지는 직접적이고 자연적인 대상 일반을 의미하고 사태란 ‘정신화된 사물’ 또는 인간에 의해 창출된 대상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물과 사태의 구분을 통해 어떻게 인간이 이론적으로 또는 실천적으로 세계와 관계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먼저 자신의 밖에 있는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서 세계와 관계 맺는다. 그리고 대상과의 만남은 처음 감각능력과 지각능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인간은 감각이나 지각을 통해 사물을 구체적으로 경험한다. 칸트와 마찬가지로 헤겔도 우리의 인식은 먼저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경험적 인식능력, 더 자세히 말해 감각이나 지각을 통한 인식능력은 자기 밖의 대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대상을 알아가고자 하는 과정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오성은 자연을 법칙적으로 사유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인식주체의 구성적 역할의 중요성을 부각시켜주지만 아직도 세계와 자신을 하나로 통합하기에는 미흡하다. 세계와 하나됨은 비로소 인간의 실천을 통해 가능해진다. 인간은 실천을 통해 사물을 자신의 방식대로 가공하여 ‘정신화된 사물’을 창출한다. 이러한 사물이 바로 사태이다. 사태는 따라서 인간의 실천을 토대로 삼고 있다. 그런데 사태는 먼저 개인의 실천 또는 작품을 통해 드러나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태 자체는 개개인의 행위가 만인의 행위와 상호침투되어 있을 때 드러날 수 있다. 달리 말해 사태 자체는 ‘나’가 ‘우리’라고 하는 정신의 영역 속에서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부분으로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개인은 정신이라고 하는 보편의 영역 속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보편을 위해 존립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이 이루고 있는 보편의 영역은 개개인의 행위를 떠나 존립할 수 없다. 그런데 개개인의 행위는 개개인의 자유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이 이루는 보편자로서의 공동체는 자유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사태의 본질은 헤겔 철학의 핵심개념인 자유개념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