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ERD
논문KCI 등재

유만주(兪晩柱)의 마지막 일기와 이상적 공간의 기획

Yu Man-ju's Last Diary and Planning of an Ideal Space

0

조회

0

다운로드

1

인용

0

참고문헌

키워드

주제분류한국어와문학

초록

18세기 후반 서울에 거주한 사대부 지식인 유만주(1755~1788)는 1775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썼다. 12년간 정성스레 일기를 이어 오던 그는 1787년 5월 장남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일기쓰기를 중단했다. 다만 죽은 아들의 애도 기간으로 규정된 7개월간 아들을 기억하기 위한 일기를 더 쓰고 완전히 그만두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그는 약속대로 1787년 12월 14일에 “달 그림(月畵)을 제어해 끊고 마음의 붉은 눈송이(丹雪: 연지분)가 그치도록”이라는 모호한 문장을 써 일기를 맺었다. 본고에서는 그가 절필을 앞둔 1787년 12월 1일에 작성한 ‘원서(園墅) 제편(題楄)’을 분석해 이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읽어내고자 했다. ‘원서 제편’은 ‘임화동천’(臨華洞天)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21가지 건축물과 조경시설, 자연환경의 범주와, 각각의 범주에 속한 개별 항목의 이름 213개로 구성된 목록이다. 유만주가 사랑하고 꿈꾼 풍경과 공간을 수렴한 이 목록은 1775년부터 그가 지속적으로 시도한 ‘임화동천’이라는 이상향의 기획을 계승하여 결산한 것이었으며, 심미적 몽상가이자 소설의 작가로 나아가던 유만주의 자아를 그려낸 마음 속 그림이자 일종의 자기서사다. 한편 아들의 애도를 위해 쓰고 있던 일기에서 자신의 미적 취향에 집중한 글쓰기로 일탈한 유만주는 그런 자신에 대해 깊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이에 그는 아들을 애도하는 절차를 마친 후, 더 이상 꿈을 좇고 아름다움에 탐닉해 수식을 일삼는 글쓰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마지막 문장을 쓴 것으로 보인다. ‘달 그림’이란 그의 몽상을 담은 목록이 그려낸 풍경을 가리키고, ‘마음의 붉은 눈송이’란 아름다운 상상세계를 치장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들을 ‘그치겠다’는 『흠영』의 마지막 문장은 끝까지 버리지 못한 심미적 취향과 일생 지속된 몽상을 결국 부인하는 것으로, 심각한 자기부정을 함축하고 있다. 이 문장을 통해 유만주가 더 이상 글을 쓰고 살아갈 여지를 스스로 허용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점은 예정대로 일기를 마치고 1달 남짓 지난 1788년 1월 29일에 유만주가 사망한 일과도 조응한다.

Abstract

In the late 18th century, Seoul's intellectual Yu Man-ju(1755~1788) started writing his diary Heumyeong on January 1st, 1775. After keeping a diary for 12 years, he was shocked by the death of his eldest son in May 1787 and stopped writing the diary. He promised himself that he would write more diaries in memory of his son during the seven months defined as a period of mourning for his deceased son, after which he would quit completely. As promised, on December 14, 1787, he wrote the ambiguous sentence: "Take control of the drawing of the moon and stop it, and let the red snowflakes of your heart cease", and thus ended the diary. In this paper, I tried to read the meaning of this last sentence by analyzing the 'Plaques of Garden' written on December 1st, 1787, just before he quit his diary. 'Plaques of Garden' is a list consisting of 21 categories of buildings, landscaping facilities and natural environments, and 213 names of individual items in each category. These names constitute a space called 'The Ideal Land of Imhwa'. This list, which converges the landscapes and places that Yu Man-ju loved and dreamed of, succeeded and settled the utopia project called 'The Ideal Land of Imhwa', which he has continuously attempted since 1775. Also, this list is a mental picture and a kind of self-narrative depicting the self of Yu Man-ju, who was an aesthetic dreamer and on the way to becoming novelist. On the other hand, while writing a diary for his son's mourning, Yu Man-ju, who deviated from writing focused on his own aesthetic taste, felt deeply guilty and ashamed of himself. So, he wrote the last sentence with the intention that he would no longer indulge in dreams and beauty and write decorative articles. I think that the ‘moon drawing’ refers to the landscape drawn by his dream, and the ‘red snowflake of the heart’ refers to the act of adorning a beautiful imaginary world. In the end, the last sentence of Yu Man-ju's diary was a denial of his aesthetic taste and lifelong dream that he had kept until the end. This statement is problematic in that it implies serious self-denial. Through this last sentence, it can be seen that Yu Man-ju no longer allows himself to write and live. This coincides with the death of Yu Man-ju on January 29, 1788, less than a month after the diary ended.

참고문헌 (27)

  1. 兪晩柱, "欽英 1~6" (1997), 서울대학교규장각
  2. 兪晩柱, "通園藁", 규장각 소장 필사본, ~
  3. 俞漢雋, "自著" (2000), 민족문화추진회
  4. 유만주, "일기를 쓰다 1․2" (2021), 돌베개
  5. 이언진, "골목길 나의 집 : 이언진 시집" (2009), 돌베개
  6. 박경자, "중국의 정원" (2010), 학연문화사
  7. 박경자, "한국의 정원" (2015), 서교출판사
  8. 박완서, "예술사 구술 총서 5 : 박완서" (2012), 수류산방
  9. 변주승, "여지도서" (2009), 흐름
  10. 윤장섭, "중국의 건축" (1999), 서울대학교출판부
  11. 이성미, "조선시대 그림 속의 서양화법" (2000), 대원사
  12. 주남철, "한국의 정원" (2009), 고려대학교출판부
  13. 푸코, "헤테로토피아" (2014), 문학과지성사
  14. 김대중, "유만주(兪晩柱)의 가옥 구매", 한국실학연구, (27), pp.159~197 (2014), 한국실학학회
  15. 김영진, "조선후기 서적 출판과 유통에 관한 일고찰 - 『欽英』과 『頤齋亂藁』를 중심으로 -", 동양한문학연구, 30(30), pp.5~28 (2010), 동양한문학회[DOI]
  16. 김하라, "『欽英』 일기에 재현된 경험적 시간의 의미", 한국한문학연구, (41), pp.477~506 (2008), 한국한문학회[DOI]
  17. 김하라, "유만주의『흠영』연구", 박사, 국문학, pp.2011
  18. 김하라, "兪晩柱의 「錢牧齋年譜」 연구", 한국한문학연구, (57), pp.265~308 (2015), 한국한문학회[DOI]
  19. 안대회, "通園 兪晩柱의 造景美學", 한국전통조경학회지, 27(1), pp.48~56 (2009), 한국전통조경학회
  20. 우연주, "개항기 한국인의 공원관 형성과 도시 공원의 태동", 석사, 생태조경학, pp.2011
  21. 이종묵, "성리학적 사유를 구현한 조선 선비의 집", 남명학, 14, pp.303~333 (2009), 남명학연구원
  22. 이현우, "편액과 시문으로 본 요월정원림(邀月亭園林)의 입지 및 조영 해석",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2(3), pp.32~45 (2014), 한국전통조경학회[DOI]
  23. 장림, "한정우기(闲情偶寄)를 통해 본 이어(李渔)의 조원(造園) 이론",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6(3), pp.137~148 (2018), 한국전통조경학회[DOI]
  24. 최지녀, "兪晩柱의 소설 읽기와 쓰기", 어문연구(語文硏究), 47(4), pp.139~165 (2019), 한국어문교육연구회[DOI]
  25. 함광민, "편액에 함의된 경관 및 상징요소의 출현특성 - 한국의 담양원림과 중국의 소주원림을 중심으로 -",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4(4), pp.78~88 (2016), 한국전통조경학회[DOI]
  26. 함광민, "편액을 통해 본 중국 졸정원의 의미와 공간 특성",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5(4), pp.98~109 (2017), 한국전통조경학회[DOI]
  27. 홍형순, "상수(象數) 원리를 정원구성에 적용한 용도서(龍圖墅)와 귀문원(龜文園)",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0(2), pp.119~129 (2012), 한국전통조경학회[DOI]

관련 논문AI추천

이 간행물의 다른 논문 (9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