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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번역본 <설공찬전>에 반영된 사생관(死生觀) 고찰

A view on life and death reflected in Seol, Gongchan-jeon a Korean-translated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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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16세기 초 채수가 한문으로 창작한 <설공찬전(薛公瓚傳)>을 17세기 중엽 국문으로 번역 필사한 <설공찬이>를 대본으로 한다. <설공찬이>는 조선왕조 최대의 필화(筆禍) 사건을 불러 일으켰던 <설공찬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최초의 발굴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금서(禁書)로 지목되었지만 160년 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으면서 민간에 전해지고 국문으로 향유되었다는 점에서도 소설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또한 <설공찬이>는 ‘빙의(憑依)’라는 기이한 현상을 계기로 하여, 당대인들이 죽음에 대해 갖고 있었던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 편의 문학작품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설공찬이>에 반영되어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곧 사생관(死生觀)을 죽음에 대한 공포, 죽음에 대한 관심, 내세관 등을 통해서 읽어보았다. <설공찬이>는 빙의라는 방법을 통해 원귀와 인간의 만남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원귀 자체의 모습이 구체적이지 않다. 다만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 빙의의 대상이 된 인간과 주변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거하거나 괴기하게 외형을 변화시켜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설공찬이>에서 그려지는 원귀(寃鬼)의 모습은 유교적 자장 안에서 이념화 된 원귀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교적으로 이념화 되지 않았고, 또 의도적으로 인간에게 공포를 조장하여 자신들의 한을 풀고자 하는 원귀의 형상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무교적 신앙이 바탕이 되어 죽음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설공찬이>에는 원귀를 공포의 대상으로 이해하여 축귀의식을 벌이면서도 공포의 대상인 원귀에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질문을 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이때 살아있는 자들이 원귀가 된 공찬에게 하는 질문이나 공찬이 살아있는 자들에게 전하는 저승의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면이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곳에서 불과 40리 밖에 존재하는 곳, 이승과 동일하게 가족관계를 이루며 사는 곳, 벼슬이 있고, 세금이 있는 곳으로 저승이 묘사되는 것이다. 이는 곧 죽음과 삶의 물리적 거리를 좁힘으로써 죽음과 삶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혀보려는 당대인의 상상력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때 삶과 죽음의 거리를 좁혀 이해하는 의식 안에는 내세가 현세의 고난이나 부조리를 해소해줄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과 시간이 될 것이라는 소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때의 소망은 내세를 긍정하고 희구하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보다는 인과응보의 삶의 원리, 즉 고난이 많은 현세를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힘이자 개인적 기복(祈福)의 차원에서 상상의 공간을 통한 대리 체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설공찬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현실의 고난에 대한 내세적 극복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세적 삶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공포심과 호기심을 바탕에 두고 있으므로, ‘현세중심적 사생관’이 핵심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인간의 형체와 비슷한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현세 중심적 사생관을 드러내는 경향은 무교나 민요, 설화 등에서 발되는 것으로 삶과 죽음을 철리(哲理)적으로 이해하는 태도와는 상반되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소박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Seol, Gongchan-i, which was translated into Korean in the mid-17th century from Seol, Gongchan-jeon written in Chinese by Chae, Soo in the beginning of the 16th century. Seol, Gongchan-i is significant in that it is the first excavated document which is directly related to Seol, Gongchan-jeon that incurred the biggest slip of the pen in the Joseon Dynasty. It has been spread to the public and enjoyed in Korean, having travelled through the temporal gap of 160 years, although it was declared as a forbidden book. Seol, Gongchan-i, is also significant in itself as a literary work in that it depicts the contemporary people's fear and curiosity for death and love for life, by dint of a bizarre phenomenon of 'possession,' in a simple manner. The attitude towards life and death was read from Seol, Gongchan-i, in terms of horror for death, interests in death, and an outlook on afterlife. The story describes the rendezvous between humans and lemures, in which the appearance of lemures is not given in detail. However, the description of a spirit in Seol, Gongchan-i is different from that of a spirit ideologized in the framework of Confucianism in that the spirit causes a sensation of fear by harming and deforming the person who is possessed and other people, to resolve his sorrow. This feature of spirits, not affected by Confucianism and attempting to resolve regret by intentionally instigating terror, is originated from a realistic view on death, which is based on the longstanding shamanistic religion. In Seol, Gongchan-i people regard a spirit as an object of fear and try to exorcise it; on the other hand, they ask the spirit about posthumous life and gratify their curiosity. Their questions for Gongchan and Gongchan's portrayal of the other world is fairly realistic and ordinary. Only 40-li away from humans' abode does this other world exist, in which everything, including familial relationship, social positions, and tax, is the same as this life. This must be from the contemporary people's imagination that was trying to narrow a psychological distance between death and life, by decreasing the physical distance. In this idea there appears to be a wish that the next life will be an ideal time and space in which this life's hardship or absurdity can be settled. This wish does not come from thoughts that affirm and desire the next life; rather, it is a kind of strength that affirms this life, which is full of suffering, and it is a vicarious experience through an imaginal space while praying for individual luck. Seol, Gongchan-i talks about fear for death, curiosity about afterlife, and overcoming this life's difficulty in the next life; however, it actually centers around a 'perspective on life and death based on reality' since it consists of fear and curiosity that stem from attachment to this life. The tendency of pursuing the reality-oriented view of life and death, which admits a ghost resembling a human, is discovered in shamanism, folk songs, and tales. It must be derived from a very realistic and simple understanding of life and death, as opposed to the philosophical stand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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