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Conscientious Objection and “Justifiable Cause” under Article 88 of the Military Service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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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집총 또는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입영기피를 처벌하고 있는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종래 대법원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란 원칙적으로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이고, 다만 병역법이 추구하는 국가안전보장보다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라면 이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므로 예외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데, 양심의 자유가 국가안전보장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할지 대체복무를 허용할지 여부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문제로서, 우리나라의 안보현실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을 긍정해 왔다. 위와 같은 논의구조는 과잉금지원칙에 의한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의 형량을 통하여 대체복무제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판단하는 것인바, 이러한 접근방법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대체복무제의 존부가 직접 연계되어 있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자 하는 견해에서도 그 요지는 결국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는바, 조만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것이므로 이로써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성은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선행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성에 관한 문제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의 해석 문제 그 자체이다. 그리고 양심의 자유의 특성과 양심적 병역거부의 발현형태 등을 고려하면 위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그 제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인식하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직접적 해석을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선 대상판결은 처벌조항이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와 달리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피고인의 입장에서 고려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또한 대상판결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단순히 질병 등의 사정에 한정되지 않고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무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그러한 사정 역시 포함될 수 있다고 하였다. 위와 같은 해석에 기초하여 대상판결은 개인이 자신의 내면에서 윤리적·도덕적 가치판단기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 즉 내면적 양심의 자유는 그 자체로 양심의 자유의 본질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위와 같은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바,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아,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종래 이와 달리 판단한 선례들을 모두 변경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하려면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하고, 이는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통하여 증명되어야 하며, 피고인이 자신의 양심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이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형사법적 측면에서 처벌조항상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하여 종래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고, 헌법적 측면에서 양심의 자유의 의미와 그 본질에 관하여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판단을 하였는바, 향후 학계와 실무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인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관련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강조하고 우리 공동체에서 ‘다를 수 있는 자유’가 인정된다는 것을 확인해 준 역사적인 판결이라 할 것이다.
Abstract
In countries with a compulsory conscription system, the so-called “conscientious objection” refers to an act of refusal to perform the duty of military service on the ground of a conscientious decision that was formed by a religious, ethical, moral, and philosophical motive or other motives similar thereto. Article 88 of the Military Service Act of Korea punishes the avoidance of enlistment without “justifiable cause” and the issue here is whether the aforementioned conscientious objection constitutes “justifiable cause” under the foregoing Article 88. Previously, the Supreme Court of Korea and the Constitutional Court of Korea have acknowledged criminal punishment of conscientious objectors on the grounds delineated as follows: (i) in principle, “justifiable cause” as prescribed by Article 88(1) of the Military Service Act (hereinafter “instant penal provision”) is confined to causes that cannot be attributable to a non-performer of military service duty, such as illness; (ii) the freedom of conscience propounded by a conscientious objector is not superior than the duty of national defense; (iii) whether to impose criminal punishment against a conscientious objector or permit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of the same is a matter of broad legislative discretion; and (iv) in view of our nation’s security atmosphere, the non-existence of an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system cannot be deemed as infringing the freedom of conscience in contravention of the over-breadth doctrine. Discourse regarding the issue of conscientious objection had been replaced with the issue of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In other words, the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system needs to be introduced to recognize conscientious objection, and criminal punishment of conscientious objectors is inevitable insofar as the same is not in place. Moreover, those in favor of recognizing conscientious objection is premised on the introduction of the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system. Recently, the Constitutional Court handed down a constitutional nonconformity decision to the effect that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ought to be permissible for conscientious objectors, which in turn may be regarded as the issue of conscientious objection having been fundamentally resolved. However, inasmuch as the issue of conscientious objection precedes that of alternative military service, whether to criminally punish conscientious objectors is a matter of permitting conscientious objection, and thus, pertains to the construction of “justifiable cause” as defined by the instant penal provision. The subject case is clear on this point and tackles the issue of conscientious objection through a direct interpretation of “justifiable cause” under Article 88(1) thereof. In the subject case, the Supreme Court held that, unlike grounds for exclusion of illegality or exclusion of responsibility, “justifiable cause” under the instant penal provision should be construed by factoring in a defendant (conscientious objector)’s individual and personal circumstances so as to realize well-grounded reasonableness. Furthermore, the subject case deemed that a military obligor’s individual and personal circumstances making it improbable for the same to cope with the performance of military service may be included under “justifiable cause” as stipulated by the instant penal provision, not just confined to causes (such as illness) that a non-performer of military service duty cannot be held liable. Based on the foregoing interpretation, the subject case, in deeming that forcing a conscientious objector to perform military service that involves participation in military exercise and bearing arms may either excessively restrain the freedom of conscience or undermine the inherent substance of the same, determined that “genuine” conscientious objection may constitute “justifiable cause” under Article 88(1), supra, thereby overruling all precedents that deemed otherwise. Moreover, in the subject case, the Supreme Court stated as follows: (a) genuine conscience refers to a devout, firm, and sincere belief that ought to be proven via indirect facts or circumstantial evidence; (b) a conscientious objector (defendant) is required to present prima facie evidence that one’s conscience is devout, firm, and sincere; and (c) a prosecutor bears the burden of proving the non-existence of genuine conscience by way of impeaching the credibility of the evidence presented. The subject case is significant in that: (i) from a criminal law perspective, it shed a new light on the interpretation of “justifiable cause” under the instant penal provision that had not been discussed in judicial precedents; and (ii) from a constitutional law perspective, it is a ground-breaking ruling that goes beyond the existing concept with respect to the meaning of the freedom of conscience and its inherent substance. That said, the subject case is likely to have a considerable impact within the academic circle and the judiciary. Furthermore, the subject case is historic in that by recognizing conscientious objection in relation to the equity of military service duty, which is one of the most sensitive topics within our society, this has placed emphasis on the need for embracement and tolerance of the minority and recognition of “the freedom to be different” within our 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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