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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복(1915~2015) 작품에 나타난 한국 자수의 위상과 의미

The Status and Significance of Korean Embroidery Art in Park Eul Bok’s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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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역사학

초록

한국미술사 연구에서 자수는 여성의 영역이라는 차별적 시선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지만, 최근 들어 연구가 점차 활기를 띠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구의 방향은 대체로 근대자수교육의 도입과 정착, 자수교육의 내용과 특성, 근대자수 작품의 특성 분석 등 기존에 논의되었던 내용을 다소 심화시키는 단계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본고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자수가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위상과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인도태생의 영국 문화이론가 호미 바바(Homi K. Bhabha)의 탈식민주의 이론에비추어 살펴보았다. 식민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대립적 관계를 넘어 피지배자의 탈식민적 저항의 계기를 발견한 바바의 이론을 통해 식민지배자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기표였던 문화자수가 조선여성들의 손을 거치며 경제적 독립과 민족정신 고취의 매개물로 혼성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근대 한국의 자수는 식민지배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꿈꿀 수 있었던 틈새의 공간이자, 혁명적 잠재력을 지녔던 매체로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자수에 대한 이러한 재평가를 토대로 본고에서는 동경여자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자수교사로 활동하였으며, 해방 이후 자수미술가로 수차례에 걸쳐 개인전을 개최하고 1997년 예술의 전당에서 회고전을 가질 때까지 한국근현대 자수역사의 산증인이었던 박을복(朴乙福 : 1915~2015)의 자수세계를 고찰해보았다. 박을복이 한국 자수미술계에 남긴 자취는 커다란 족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열등한 매체로 폄하되던 자수예술의 독자적 미학을확립하기 위해 자수의 조형성 이면에 자리한 자수가의 삶과 개성 그리고 덕목을 자수에 대한 판단의 기준으로 내세운 점은 자수미학을 구성하기 위해 예술개념과 미적평가의 범주에 대한 재평가 작업의 실증적 자료로 활용될수 있을 것이다. 박을복은 또한 혼종성의 전략을 통해 젠더와 매체 그리고 세대의 차이를 해체하고 그 사이의 공간에서 상호소통과 공존의 미학을 탐색하였다. 이러한 포스트모던적 특성은 한국의 자수미술을 전통적이면서동시에 그 어떤 매체보다도 전위적이고 급진적인 잠재력을 지닌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거라 하겠다. 본 연구를 계기로 다른 자수미술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Abstract

Embroidery art has been given little attention in the history of Korean art. Although some art historians recently began to have an interest in the field, most of them tend to repeat the same issues such as the introduction and establishment of modern embroidery education, its content and nature, and characteristics of modern embroidery works. To find a way out of this impasse, this paper examines the status and significance of Korean embroidery art from the perspective of Homi K. Bhabha’s post-colonialism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In the process, Korean embroidery art can be revealed not as a medium which lost a chance to modernize due to Japanese cultural policy but as one which had the potential to reveal the dissociative image of the colonizer, and one in which Korean embroidery artists could dream a challenge against the authority of Japanese colonial occupation. Based on the reevaluation of Korean embroidery art, this paper examines the embroidery work of Park Eul-Pok who was an eyewitness of modern Korean embroidery art. Although Park summarized her life as “foot-tracks of a person with socks wet by the morning dews,” in her catalogue Beauty Interwoven by Needle and Thread, she indeed left an incredible footmarks on Korean art world. First of all, Park suggested new standards such as embroidery artist's life, characters and virtues by which embroidery art was evaluated, Park's embroidery work can thus be utilized as a basis for reevaluating aesthetic categories of Korean embroidery. Secondly, Park's work enabled embroidery to create rooms for mutual understanding and coexistence between different mediums of art by using the strategy of hybridity. This postmodern quality can serve as a basis for establishing Korean embroidery art as a medium of artistic expression which is both traditional and avant-ga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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