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의 사랑, SF 로봇 서사에서의 친밀성과 행위자성
Love with Robots, Intimacy and Agency in Robot Narratives of Science Fiction
노지승
초록
1921년 창작된 카렐 카페크의 희곡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이후로 로봇은 SF 서사에서 중요한 비인간 행위자로 등장해 왔다. 서사 속 최초의 로봇은 초기 산업용 로봇의 이미지에서 유래한, 비유로서의 노동자였다. 이후 로봇의 역할이 동반자로 확대되면서 SF의 로봇 서사들은 노동자로서의 로봇과 인간의 반려자로서의 로봇이라는, 로봇의 두 가지 역할을 부여하는 가운데 만들어져 왔다. 이 논문은 듀나, 정보라, 윤이형, 최의택, 천선란 소설 가운데서 로봇이 중요 행위자로서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인간과 친밀성을 갖는 소설들을 대상으로, 행위자로서 로봇 서사가 만들어내는 서사적 특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하였다. 로봇 서사는 로봇의 신체에 새겨진 젠더, 인종, 계급, 장애 등의 교차적 타자성이 허구적인 차별 기제임을 폭로하기도 하고 인간과 로봇 사이의 존재론적, 실존적 간극을 드러냄으로써 인간-비인간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불가해한 타자를 이해함에 있어 테크노필리아를 자처하는 인간 스스로가 ‘동일시’라는 휴머니즘적 환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는 어떤 ‘의의’를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SF의 로봇 서사는 휴머니즘적 환상의 의의와 한계를 보여주는 뒤집혀진 리얼리즘의 서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