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새로운 것의 출현에 대한 헤겔의 행위이론적인 이해
Die Entstehungszüge des geschichtlichen Neuen in der Handlungstheorie Hegels
유헌식
초록
이 논문은 헤겔의 <법철학>과 <역사철학>을 연계하여 이해하면서 개인의 도덕적 의지 혹은 자유의 의지가 역사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근거일 수 있는 가능성과 그 의미론적 특성을 밝힌다. 헤겔에게서 정신의 행위는 의지의 주관적인 목적을 객관적으로 전환시키는 주체로서 이 과정의 최종 결과가 곧 세계사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의 출현 문제는 주관적인 목적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객관적인 세계정신의 논리에 의존한다. 역사에서 새로운 것의 창출에 주관적인 이성이 기여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행위의 측면에 국한된 사항일 뿐 새로운 것의 실질적인 담지자는 세계이성의 몫이다. 여기서 헤겔의 이성 개념은 아포리아에 직면하게 된다. 헤겔에게서 이성은 개인의 합리적 행위의 토대이면서 동시에 실현되어야 할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아닌 존재’와 ‘규범적인 진리기능’이라는 이성의 이중성은 헤겔의 주체 개념의 양면성에서 기인한다. 헤겔에게서 ‘주체’는 개별적인 의지와 보편적인 정신을 동시적으로 지시한다. 이러한 양상은 헤겔이 근대의 인륜성을 정초하기 위해 그리스의 객관적 인륜성과 칸트의 주관적 도덕성을 비판적으로 종합하여 주관적(주체적) 인륜성으로 고양시킨 데에서 비롯한다. 헤겔이 주목하는 행위는 근대의 자유의지로서 그는 행위자의 주체적인 의지를 살리면서도 또한 이 의지 너머에서 작동하는 객관정신의 의지도 살려야 하는 이중의 목표를 겨냥한다. 이 목표의 실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헤겔의 서술방식에서 나타나는 ‘사후정당화의 논리’가 언급되어야 한다. 인간의 합리적인 행위는 역사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 그러나 새로운 것의 출현은 무에서 유의 창조가 아니라 이미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이성성의 발현이다. 이성의 추상적 이념은 인간의 실천을 통한 실현을 기다린다. 이 행위는 객관적인 이성성에 적합할 때에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역사에서 새로운 것은 특수한 정신과 보편정신의 이성적인 이념 간의 상호관계 혹은 통일(화해)을 통하여 발현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치의 내용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행 속에서 결과로서만 확인된다. 특수한 정신들은 비록 의식을 가지고 행위하지만 이 의식의 진리성은 오직 행위의 결과 속에서만 확인된다. 행위하는 자(주관정신)는 자신의 행위의 의미와 목표를 알지 못하고, 정작 행위를 아는 자(객관정신)는 행위하지 않는다. 시간의 차이에 따른 행위와 지식 간의 상호보완 속에서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의 의미론적 지평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