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하인리히 야코비의 이성 비판과 헤겔 철학에 대한 영향
Friedrich Heinrich Jacobi’s Critique of Reason and Effect on Hegel’s Philosophy
남기호
초록
야코비는 독일 고전 철학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그 동안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글은 그의 철학을 이성비판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헤겔에 끼친 그의 영향을 소개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야코비는 이성을 크게 논증적 도구적 이성과 정신으로서의 이성으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전자의 이성은 피제약자와 제약자 간의 필연적 관계에 주목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숙명론에 귀착한다. 반면 정신으로서의 이성은 세계 내 개별자들의 존재론적 기반이자 실재론적 인식의 원리이기도 하다. 정신은 개별자가 바로 하나의 온전한 전체로서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직접 직관될 수 있게 한다. 야코비에 따르면 칸트는 전자의 이성에만 주목함으로써 선험적 대상과 주체에 대한 불가지론적 니힐리즘에 도달하고 말았다. 반면 야코비에게 인식의 실재적 상응을 보장해 주는 것은 바로 신앙과 계시이다. 우리의 대상 인식의 원천은 우리 눈앞의 대상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일 수밖에 없기에, 그러나 이것은 엄밀히 증명될 수 없기에 믿어질 수밖에 없다. 이 믿음은 대상 자체의 정신적 구조로 계시되는 신적 정신에 의해 객관적으로도 뒷받침된다. 헤겔은 야코비의 사랑과 생에 대한 논의에서 비롯되는 정신 개념을 자신의 고유한 철학 개념으로 변형 발전시켰다. 무엇보다 그는 실재론적 인식이론에 기초해 정신을 철학 원리로 삼는 체계를 구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신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신의 존재론적 내재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그리고 정신이 주관적으로 지니는 인식능력들의 매개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