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민주”와 조선주자학
“Datong-democracy” and Zhu-Xi studies of Joseon Dynasty
강경현
초록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보이는 “대동(大同)”을 하나의 개념으로 바라보면서 한국의 “전통”과 “현재”를 연결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2000년 전후 두드러진다. 여기에서 “대동”은 한국의 유학 전통을 강력히 고려하면서 현재를 이해하도록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매개 지점에 함께 놓여있는 “근대성”에는 서구 중심적 차원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소위 대안적 근대성의 차원이 혼재해있다. 이러한 “대동”으로의 주목은 사실 1900년 전후 “대동” 관련 논의에 착안한다. 유학 전통이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구 근대적 요소에 대응하고자 했던 뚜렷한 흔적이 이 지점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최근 나종석이 제시한 “대동민주” 개념을 살펴보면, 이러한 대동은 중층적으로 조망된다. 예를 들어 유학의 전통적 맥락에서 천하위공(天下爲公), 민본(民本)과 안민(安民), 현능(賢能), 균평(均平) 등에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이미 공공성, 정치적 책임의식, 메리토크라시, 평등 등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동민주”는 유학 전통에서 유래한 보편적 가치의 함의를 지닌 개념으로 구성됨과 동시에 대안적 근대 체계 구축의 토대에 위치하면서 현실 비판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대동민주”에 대한 조선주자학적 응답의 차원에서 기획된 이 글은 조선유학의 주류였던 조선주자학이 20세기 초까지도 “대동”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이고자 한다. 그러한 부정의 핵심에는 “소강(小康)”과 “대동(大同)”에 대한 대립적 이해의 구도 위에서 대동을 궁극적 이상으로 간주할 때 발생하는 예교(禮敎) 배제에 대한 우려가 놓여 있다. 조선주자학의 “대동”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둔다면, “대동”을 개념화하여 조선유학, 나아가 유학 전반의 이상으로 해석해낸 “대동민주”는 조선주자학이 대동에 대해 문제시한 측면, 즉 예교 배제에 대한 비판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세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첫째, 예교를 긍정한 조선주자학과 예교를 부정한 대동 개념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다. 둘째, 그 간극으로 인해 현재 한국의 대화상대로서의 전통에서 조선주자학이 배제된다. 셋째, 조선주자학의 예교 긍정에서 기인한 한국 전통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포괄적 분석이 간과된다. 이는 결국 “대동민주”가 유학과 현재 한국의 연속성을 증명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서구 중심적 근대성 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의 이면에 조선주자학의 고민과는 거리가 있는 동아시아 내부의 비(非)-조선주자학적 전통과 접속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