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의 ‘문자론’과 ‘장르구분의 평준화’에 대한 하버마스의 비판
Die kritische Auseinandersetzung von Habermas mit der Grammatologie und der "Einebnung des Gattungsunterschiedes" zwischen 'Philosophie und Literatur' Derridas
정대성
초록
하버마스에 따르면 형이상학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근대적 토대주의 역시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급진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비판의 주된 대상이 되는 근대의 사유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종류의 낙관주의, 혹은 근본주의에서 벗어남으로써 근대의 사유, 더 나아가 서양적 사유 일반의 한계를 보여 주고자 하는 데리다의 시도 역시 ‘근대’의 정신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는 문자론에 기초한 데리다의 해체작업이 이미 그 운명을 다한 것으로 평가되는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 그것도 하나의 신비주의를 산출하는 것으로 귀결하고 만다고 한다. 서양 전체 사유를 현전을 지시하는, 혹은 존재와의 근접성을 지시하는 ‘목소리’ 혹은 ‘로고스’ 중심주의로 비판적으로 요약하는 데리다는 소리, 말에 대비되는 문자라는 매체의 특성, 즉 ‘부재의 현존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모든 의미체계의 비일의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하버마스는 소리, 혹은 말 대신 문자를 사유의 중심에 두는 이러한 작업이 결국에는 모든 텍스트의 균질화, 문학과 철학의 장르의 평준화로 이끈다고 한다. 데리다의 작업은 논리학 중심의 서양 사유의 전통을 수사학 중심의 사유로 변환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통상적 언어사용과 기생적 언어사용 사이의 구분은 모호해 지고, 일상적 담론의 타당성을 산출할 가능성이 소진되고 만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화용론적인 테제를 받아들일 경우 논리적 언술과 수사학적 언술을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하버마스가 데리다의 문자론을 근대의 정신의 단면으로 보는 근거, 그리고 데리다의 문자론이 또 다른 유형의 권위주의로 귀결되는 이유, 문학과 철학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다고 하는 논거가 차례로 설명될 것이다. 이를 위해 ‘근대성’ 개념에 대한 그의 독특한 해석, 형이상학에 대한 그의 의미규정, 화용론을 수용하는 이유들 등이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