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정신현상학』의 ‘종교 장’의 위치와 체계 내적 의미
The Position and the inner-systematical Meaning of the Chapter "Religion" in the Hegel's Phenomenologie des Geistes
이정은
초록
I. 서론헤겔 철학 체계에서 절대 정신의 세 계기는 예술, 종교, 철학이다. 이들은 서로 구별되지만, 절대자를 파악하고 절대자를 현시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며 그들 간의 삼위 일체적 동등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헤겔의 학적 체계는 예술에서 종교로, 종교에서 철학으로 이행하는 변증법적 발전 논리에 기초하며, 학문의 정점은 철학으로 귀착된다. 그들간에는 발전적 위계가 있으며, 예술 그리고 종교와 달리 철학은 절대자의 개념적 파악과 절대자의 자기 전개 내지 자기 직관이 가능하다.그러나 헤겔『정신현상학』의‘종교 장’1)을 강독하다 보면 예술, 종교,철학을 위계적으로만 분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신앙을 모태로 삼는 것이지만, 무엇보다‘신으로서 절대자’가 근간에 놓여있고,종교와 철학이 같은 위상을 지닌다면, 종교 장 이후의 전개 과정이필요 없다. 물론 헤겔은 절대 정신의 계기들이라고 해도 예술은 감각을, 종교는 표상을, 철학은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예술에서 종교로, 종교에서 철학으로 이행하는 변증법을 진행해야 하고, 그 세 분야가 동등하지 않다고 단언한다.그러나 헤겔은『미학강의』에서는 예술과 철학의 비동등성에 불구하고 예술의 완성, 예술의 종언과 연관하여 비극과 철학의 사변적 사유의 유사성을 언어를 통해 드러낸다. 『정신현상학』의‘종교 장’에서는종교와 철학의 비등등성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정신의 완성, 정신 전체, 정신의 자기직관이라고 하면서 종교와 철학의 동등성을 순간적으로 견지한다.종교의 변증법은 현실적 정신의 전개를 통해 자연 종교에서 예술 종교로, 예술 종교에서 계시 종교로 진행한다. 헤겔은 계시 종교에서 정신의 완성으로 실현되는 신과 예수의 관계를 자기의식적 언어를 통해접근하기 위해 매개 없는 육화가 아니라‘매개된 육화’로 변형시킨다.그리고 매개된 육화는 신의 타자화를‘육신의 소멸’과‘성령’으로 발전시킨다.신의 타자화인 신의 육화에만 집중하면‘유한자의 자기의식화’나‘유한자의 절대화’를 도출하기가 어려워서 일방향성을 지닌다. 일방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헤겔은 신의 타자화를 무에서 유의 창조라는방식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 정신으로서 신은 충만하기 때문에 개념의 자기 분열과 자기 전개를 이루며, 신의 육화와 창조는 개념의 자기 분열로 해석된다.이런 의미의 정신의 창조는『대논리학』에서 순수 존재와 순수 사유를 통한 개념의 자기 전개와 문맥을 같이한다. 신의 타자화는 개념의자기 전개이며, 자연의 본질과 정신의 본질로서 개념의 전개이다. 정신의 창조로 설명되는 논리학의 운동은 곧‘논리학의 시초’가‘자연의14 제1부 헤겔에 대한 새로운 이해시초’라고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로 인해 종교와 절대지는 서로 접목되는 부분이 있으며, 절대지와 접목되는 종교는『대논리학』의 절대적 자기의식과 접목되며, 학의 시원으로서 개념의 논리적 전개는 자연 철학의 전개와 중층적으로 맞물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