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에 나타난 기행
A Study on travels of Paek Seok's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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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백석의 시는 대부분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보다’는 형식을 작품의 골격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행시의 맥락으로 살필 수 있다. 그의 기행시는 객지체험을 기록한 것이면서 동시에 시인의 지향성을 읽게 한다. 그의 작품에는 유난하게 다양한 장소가 제재로 등장하며, 거기 사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표출되어 있다. 곧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생업과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까지를 되새겨보려고 하는 시인의 의식이 작품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백석의 초기시편들에서의 기행은 상실된 친족공간과 관련하여 주목된다. 토속적인 분위기로 공유되는 친근한 정경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기행을 한낱 취미로 낯선 땅의 신기(新奇) 속을 헤매는 여정이 아니라, 동질적인 삶의 재발견을 위한 과정으로 읽혀지게 한다. 1937년 10월, 백석은 1년 7개월가량의 공백기를 딛고 작품발표를 재개하는데, 이 시기 이후의 시에는 ‘마음’이 뚜렷한 질감으로 부상한다. 그 ‘마음’의 세계는 시적 화자의 보다 확장된 의식을 구체화하고 있어서, 인식의 변화를 읽게 만든다. 이전까지 시편에서는 삶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마음이 시의 표면을 감싸면서 동질적인 삶과 이웃, 조상으로 그 영역을 넓혀간다. 시인은 이들에게 삶의 연속성을 읽어냄으로써, 서정적 주체가 내려선 기억의 깊이를 확보해 보인다. 이는 이전의 시편들과 차별성을 드러내는 뚜렷한 특징이다. 1940년 1월 백석은 만주로 이주해 간다. 이주는 그의 기행을 여행의 차원에서 유랑이나 표랑으로 그 성격을 바꾸어놓는다. 이제껏 백석의 시가 보여주던 기행의 태도와 또 다른, 뿌리 뽑힌 삶의 깊은 탄식과 두고 온 산하에 대한 그리움, 쓸쓸한 감회 등을 노골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기행시는 자신을 포함하여 민족의 현실을 탄식하는 고백적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된다. 유랑의 ‘길’은 서정주체의 동일성을 자각하는 즐거운 도정이 아니라, 중심에서 버려진 이의 고통스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쓰라린 과정이다. 유랑은 시적 자아로 하여금 상실의 슬픔에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유랑은 고독과 상실 속에서 ‘나’의 의미와 존재감을 되새기게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유랑은 시인으로서의 삶은 고독하고 고단하게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가혹한 현실 속에서 고고한 자존을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시인은 현실이 주는 어려움에 직면하여 도전적인 결단을 내비치는 대신 스스로 고결해지기를 다짐함으로써 주어진 고통을 감내하고 견뎌가는 것이다. 거칠고 가난한 현실은 오히려 시인의 정신적인 순수를 강화시키고, 시적 자아로 하여금 끝까지 깨끗하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깨우치게 한다.
Abstract
This paper focuses on travels of Paek Seok's poetry. We can regard the series of Paek Seok's poetry as the travel pieces because it's was almost formed of the basic structure - 'going to somewhere' and 'see something'. By this time there are no remarkable studies about his poetry from a consistent view of travels. Paek Seok's travel poetry is the record of experience away from home and expresses his directivity. In other words, it reflects the occupation of people who struggle to survive and the sense about trying to understand their life. The area of 'mind' of his poetry embody his more extended cognition so we can read the changes of sense. On the other hand, the migration to Manchuria converts the character of his travels poetry into poetry of vagrantness. The 'road' of vagrancy indicates the process which make a outsider look straight at painful reality. In the severe realities, however, the vagrancy paradoxically is opportunity to confirm their noble selfrespect. The harsh and poor realities in the foreign country stiffens writer's purity and makes the poetic ego realize what innocent living is. We have to consider that whether his life which has been a series of vagrancy is started by his tendency or it is occurred by the current of the times. When we conclude that his poetic achievement is unique imagery about experience in the tough world - there are no freedom of selfrealization - it is reasonable to assume that the vagrancy is main factor for his distinctive lyr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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