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슈미트의 정치적 낭만주의 비판-‘주관화된 기연주의’를 중심으로
Carl Schmitts Kritik an der politischen Romantik im Zusammenhang mit dem ‘subjektivierten Occasionalismus’
이병옥
초록
이 글은 칼 슈미트의 정치적 낭만주의 비판을 ‘주관화된 기연주의’ 개념을 중심으로 다루고 그 한계와 낭만주의의 현대적 의의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슈미트에 있어서 낭만주의란 모든 대립을 해소하는 최종 심급으로서 신의 자리에 낭만적 자아가 등장하는 기연주의의 한 형식이다. 기연주의는세계를 낭만적 주체의 생산적 활동의 기회나 계기로 삼는 것을 뜻하며, 그것은 논리적 구별을 심미적․감정적으로 거부하는 데서 발생한다. 슈미트에의하면 낭만주의자의 기연적 태도는 정치적 수동성과 정치적 견해의 비일관성으로 귀결된다. 그 결과 낭만주의자는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나 정치적결단을 회피하게 된다. 이와 같은 슈미트의 정치적 낭만주의 비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슈미트는 낭만주의 정치담론의 텍스트에내포된 사회비판과 그 정치적 대안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하지 않고 단순히 낭만주의자들의 행태를 기연주의와 혼동하였다. 둘째, 그는 정치적 낭만주의의 산업사회 비판, 시민사회와 국가와의 관계, 프랑스혁명과 반동정치에 대한 입장을 간과했다. 특히 슈미트는 유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모든 정치적 사고와 행위의 전제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