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에 투영된 이방인과 다문화
Traces of foreigners impressed on modern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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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논문은 2000년 이후 한국시에 투영된 이방인과 다문화의 흔적을 살피고, 그 재현 방식과 맥락들이 지닌 함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려는 목적에서 집필되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확장으로 인해 한국은 대표적인 노동 수입국의 하나가 되었고,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빠르게 다문화적인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문학적 상상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00년 이후에 이방인/이주자가 등장하는 시가 창작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불편한 문제를 낳고 있다. 하나는 ‘다문화’가 현실을 지시하는 개념이기보다는 이데올로기 수준의 담론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방인/이주자의 삶을 재현하려는 문학적 시도들이 대부분 예술적으로 실패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각각 ‘담론’과 ‘예술’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는 이 두 문제는 사실상 하위주체에 대한 재현의 불가능성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압축될 수도 있다. 이는 하위주체를 재현하려는 문학적 시도의 실패와 좌절이 시인 개인의 재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시 장르의 특징과 재현불가능이라는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먼저 이 글에서는 한국 현대시에 이방인/이주자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현실적 배경과 그것이 문학장의 변화를 추동하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이방인/이주자의 등장은 단순한 소재의 확장이 아니라 ‘국가(state)=자본(captia)=네이션(nation)’의 삼위일체에 의해 지탱되어온 문학장 자체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만일 한국의 근대문학이 ‘상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일조했다면, 이방인/이주자의 등장이 특징인 21세기의 문학은 더 이상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이 ‘다문화’의 도래가 문학에 새로운 충격으로 작용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의 요청은 정치철학적 물음, 즉 윤리적 성격을 띠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학적 물음, 즉 하위주체의 재현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후자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 글은 서발턴에 대한 스피박과 존 베벌리의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재현의 불가능성이라는 철학적 문제가 아닌 선(善)한 의도와 미학적 균열 사이의 이율배반을 중심으로 전유하고자 했다. 이것은 이방인/이주자의 삶을 적극적으로 형상화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의 힘이 강할수록 예술적 생산물의 수준은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0년 이후에 출간한 하종오의 시집들, 특히 그것들의 미학적 실패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종오의 경우와 비교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장석주, 강연호, 김사이, 정현종 등의 시를 비교 고찰했는데, 이들은 이방인/이주자를 하종오와는 다른 맥락 속에서 형상화하고 있다. 정현종의 시가 비교적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이주자에 대한 그의 태도는 가장 추상적이었다. 이는 하위주체의 문학적 재현이 구체성을 띨수록 문학적 효과를 획득하는 데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현과정에서 작가들이 겪게 되는 이 난점을 재현의 불가능성이라는 포스트콜로니얼리즘적 문제의식에 견주어보는 것이 이 논문의 의도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문학연구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다문화 열풍은 문학적 재현의 문제만은 아니어서 이 글의 서론과 결론 부분에서는 다문화 없는 다문화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지적하고, 어렴풋하게나마 이방인/이주자의 등장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문제를 올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에 관해 살펴보았다.
Abstract
As per Karatani Kojin's indication about modern literature, Korean modern literature was formed centering on the trinity of ‘country= capital=nation’ and has been growing thereafter in the context of a nation-state/a single race. This historical context acted as a basic condition when modern literature imagines community, human, and reality. So to speak, in modern literature, communities occurred within the boundary of the nation and the state, humans were understood as a synonym of citizens or nation, and reality referred to diverse events and accidents occurring in the boundary of the nation and the state. However, these unconscious premises have been rapidly shrinking recently because maintaining physical distances from 'foreigners' has become impossible because of the appearance of neoliberalism and experiences that go beyond the boundary of the state/nation have been generalized. Neoliberalism erased the traces of the nation/state from both ‘capital’ and ‘labor’ to trigger their global movements. In this time of the wide ranged global movements unprecedented in the history of the world, the appearance of discourses on multiculturalism and tolerance is never an accident. This paper examined the limitations of discourses on multiculturalism and the meaning of the scene where the figuration of ‘foreigners-others’ fails repeatedly centering on the figure of foreigners drawn in Korean modern poetry. This is closely related to the issue of subalterns. This paper critically considered discourses on multiculturalism centering of the false nature of the reality termed ‘multiculturalism’. In addition, a conclusion was drawn indicating that modern poetry repeatedly fails in the figuration of the figure of foreigners because ‘foreigners-others’ are kept being perceived as an extension of the identity-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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