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회의주의
Spinoza and Scepticism
황설중
초록
데카르트는 자신이 회의주의자의 의심을 뒤엎어버린 최초의 철학자라고 천명하였다. 그렇지만 살아생전 그는 당대의 철학자들의 반론과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스피노자도 이런 공격에 가담하였다. 그가 보기에, 데카르트는 악순환을 범했으며 따라서 그의 회의주의 극복의 기획은 실패하였다. 데카르트 실패를 보면서 스피노자는 신의 실존에 호소하지 않고, 오로지 신의 명석 판명한 관념에 기초해서 필연적인 지식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 경우에만 회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스피노자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스피노자는 신의 타당한 관념이 참임을 알 수 있는가? 스피노자는 진리로 인도하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이성에 의해, 다른 하나는 직관에 의해서이다. 그에 따르면, 신에 대한 타당한 관념은 이성에 의해 우선 확보될 수 있고, 이것을 조건으로 우리들이 영원하다고 느끼고 경험하는 직관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성지에 대해 직관지의 우위를 스피노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회의주의에 대한 해결책이 직관지에서 마련될 수는 없다. 직관지란 말 그대로 어떤 절차도 없이, 즉 근거를 결여한 채 성립하는 지식이기에 독단적인 전제 설정이라는 비판에서 면죄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하나이다. 즉 이성에 의해 그것을 해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성적 인식을 통한 신의 명석 판명한 관념의 확보는 증명에 의해 보편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누구나 의심할 수 없는 것으로 주장되고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회의주의를 극복했다는 스피노자의 주장은 비록 데카르트가 빠졌던 악순환에서는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독단적인 전제 설정이라는 회의주의자의 또 다른 덫을 피했다고는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