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적 판단과 목적 없는 합목적성-칸트의 취미판단의 세 번째 계기에 대한 헤겔의 해석
Ästhetisches Urteil und Zweckmäßigkeit ohne Zweck
서정혁
초록
칸트는 취미판단의 세 번째 계기로 ‘목적 없는 합목적성’을 주장한다. 칸트에 의하면 아름다움은 ‘합목적성이 목적의 표상 없이 어떤 대상에서 지각되는 한에서 이 대상의 합목적성의 형식’이다. 헤겔은 자신의 『미학강의』에서 이 ‘목적 없는 합목적성’을 식물이나 동물의 경우에 비유하면서, 목적의 실현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헤겔의 해석은 ‘수단을 통해 목적이 이미 실현된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객관주의적 입장’으로서, 칸트 자신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 입장에서 헤겔은 ‘합목적성’을 ‘직관적 오성’과 결부시킨다. 그런데, 칸트도 『판단력 비판』에서 합목적성과 직관적 오성 사이의 관련성을 피력하고 있다. 칸트에 의하면 ‘목적 없는 합목적성’에서 목적은 없더라도 ‘목적에 의한 인과성’, 즉 ‘어떤 규칙에 따라 객체나 심적 상태, 행위 등을 그렇게 정해 놓은 하나의 의지’는 상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의지의 관점에서 보면, ‘목적 없는 합목적성’은 정말 목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이 심미적 판단을 내릴 때 특정한 목적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칸트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헤겔의 해석과 친근한 맥락에서 칸트의 주장을 해석할 수도 있으며, 『판단력 비판』은 칸트 이후 독일 관념론의 전개 과정에서 확대 해석될 여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