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신탁의 법리와 선박소유권 귀속에 관한 연구
Study on the law of trust over a vessel and the ownership for the vessel under the trust
권성원
초록
어떤 법률관계에 대하여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결정되고 나면, 그 법률관계에 적용할 외국의 실체법을 찾아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한다. 이때 그외국법은 실제로 그 나라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그대로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하므로 외국의 실체법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법을 잘못 해석․적용하여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특히 영미법계 국가의 법률은 한국법과는 매우 달라서, 한국법이 영미법계국가에서 쟁점이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외국법을 잘못 해석하고 적용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이 논문에서 다루는 한국에서 신탁된 한국적 선박의 arrest에 관한 호주연방법원의 판결은 이런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판결에서는 한국에서 신탁의 법률효과와 영미법계의 형평법상 소유권 및 신탁의 법리가쟁점이 되었는데, 1심 판사는 무의식적으로 영미법계의 형평법과 신탁의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신탁법 법리와는 다른 내용으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결정하고, 호주법원의 입장에서 외국법인 한국의 신탁법을 올바로 적용하였다. 형평법에서는 재산 및 소유권을 권리 다발로 보고, 그 권리 일부를 타인에게 이전하더라도 양도한 자가 여전히 소유자로 남는다. 이러한 형평법상 재산 및 소유권의 개념이 신탁제도를 가능하게 하였다. 재산에 대한 신탁이 설정되면, 수탁자가 법률상 소유권자가 되고, 수익자는 형평법상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또한 영미법에서는 물건을 피고로 하는 대물소송도 인정한다. 이러한 법 개념과 소송제도는 한국법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로, 한국의 신탁은 영미법의 신탁과 외관상 유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크다. 한국에서 신탁은 신탁법에 따라서만 설정될 수 있고,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소유자가 되며, 위탁자와 수익자의 권리는 물권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한국 선박이 호주와 같은 영미법계 국가에 입항하였을 때 신탁 설정 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대물소송이나 arrest를 당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영미법계 국가에 등록되거나 영미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신탁이 설정된 외국선박이 한국에 입항하였을 때, 누군가 그 선박이 위탁자가 형평법상 소유권을 갖는 위탁자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선박을 가압류하거나 또는 위탁자를 상대로 선박에 대한 소유권 확인을 청구한다면, 실제로 한국 법정에서 형평법상 소유권과 신탁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형평법상 소유권은 우리 물권법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우므로, 이에 근거한 선박가압류는 인정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