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생성의 존재론이냐, 들뢰즈의 발생의 존재론이냐?
Hegel's becoming of ontology, Deleuze's genesis of ontology?
연효숙
초록
우리 사회에서 근대와 탈근대 시대의 가치는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가? 근대와 탈근대의 주요 가치는 무엇이고, 각 시대에서 우리가 배울 점과 한계로 가질 점은 무엇인가? 흔히 근대를 대표하는 헤겔 철학은 탈근대(포스트구조주의)의 들뢰즈가 일방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글은 헤겔과 들뢰즈 간에 묶일 수 있는 공통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서, 동시에 헤겔 철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들뢰즈가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헤겔 철학은 동일성의 철학, 재현의 철학으로 규정되고, 들뢰즈의 철학은 전복의 철학, 차이의 철학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렇지만 두 철학자는 공통적으로 변화와 생성, 운동에 철저히 주목한 철학자이다. 그러나 헤겔 철학은 생성의 존재론으로 볼 수 있으나, 들뢰즈 철학은 발생의 존재론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헤겔은 존재, 무, 생성의 범주 그리고 부정성, 대립, 모순의 범주에서 보듯이, 이 세계의 본질은 생성, 변화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헤겔은 이러한 생생한 변화의 모습들을 ‘능동적 종합’으로, 개체를 보편과 통일로서의 개별자로, 생명을 유기체의 단위로 고정시킴으로써, 동일성의 지평으로 회귀하는 생성의 존재론에 머물고 말았다. 들뢰즈는 헤겔과 달리, 동일성의 지반에 귀속되지 않는 차이 그 자체의 범주를 부각시킴으로써,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의 동일성의 존재론을 전복시키고 차이의 존재론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들뢰즈의 차이의 존재론에서 생성은, 동일성에서 기원하지 않는 질료적 차원에서 강도적으로 차이나는 ‘발생’의 차원이 강조된다. 이러한 발생은 헤겔의 절대적 주체의 능동적 종합과 달리, 무의식적 차원에서의 ‘수동적 종합’의 성격을 갖는다. 또한 들뢰즈의 개체는 전인칭적이거나 전개체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헤겔의 유기체적인 단위의 개별자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헤겔과 들뢰즈는 둘 다 생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는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들뢰즈의 발생의 존재론의 탈근대적 시각에서 볼 때 헤겔의 근대적인 생성의 존재론은 미완성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