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힐스버러 인파사고에서의 경찰 책임 및 피해자 배상 범위에 대한 사례연구
A comparative approach to the police liability and victims’ tortious claims on crowd crush: The case of the Hillsborough disaster
이철희
초록
영국법에서는 인파사고에 관한 경찰의 주의의무 및 배상책임과 관련하여 1989년의힐스버러 참사를 계기로 법리의 고도화와 함께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 법원의 태도가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참사 이후 3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힐스버러 참사 유가족대표회의(Hillsborough Family Support Group) 및 대표적 시민단체인 힐스버러 정의연대(Hillsborough Justice Campaign) 가 활동하고 있고, 가디언(Guardian) 등 유수의 언론으로부터도 사법체계가 책임자를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101) 당시 경찰 책임자들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향후 경찰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 또, 아직 인파사고 책임과 관련된 성문화된 법이 없는 영국에서 관련법은 귀족원 및대법원 판례에 기속되어 있으나, 정치적 합의 내지 결단에 의해 의회입법이 이루어질수 있으며, 영국법 체계에서 의회입법은 기존의 모든 사법부 판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재판부에서도 의회입법의 부재 때문에 기존 판례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판결문을 통해 적지 않게 토로하고 있다.102) 2024년 7월 집권한 노동당은 공적기관의 공익성, 투명성, 정직성 준수의무를 규정한 일명 힐스버러법(Hillsborough Law; 공식명칭 Public Authority (Accountability) Bill)의 재추진을 발표하여, 향후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대형 인파사고의 후유증을 먼저 치른 국가에서 나름의 사회적 숙의 과정을거쳐 발달한 법리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인파사고는 상대적으로 짧은시간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반면 사실적 인과관계 및 법적 책임의 입증이 어렵다. 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특성 때문에 사회적인 파장이 커, 법적 책임소재와 배상에 대한 일관된 원칙이 없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힐스버러 참사를 30여년에 걸쳐 수습하면서 경찰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 요건을법리적으로 확립하였으며, 자국의 법체계 및 법전통을 고려하여 피해구제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자 노력하였다. 무엇보다도 참사에 대한 재조사와 피해보상 과정에서 이를 정쟁화하지 않고 민관 모두의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시사점이 있다. 2022년 이태원참사를 계기로 안전사고에 대한 방지 대책을 더욱 강화해야겠지만, 불행히도 인파사고가 다시 발생하게될 경우 원만하게 수습될 수 있도록 경찰의 책임범위 및 피해구제 원칙에 대한 숙고가이루어져야 할 것이다.